[기자수첩]정통부의 현명한(?) 선택

정지연

 통신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던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사업 허가조건이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피바다(레드오션)’가 될 수 있다며 파워콤의 불공정 영업을 막을 수 있는 각종 규제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던 경쟁사들의 주장과 달리 정부와 심의위가 내놓은 허가조건은 원칙론적 수준에 그쳤다.

 경쟁사로 바뀐 기존 고객들에게 망 품질을 차별적으로 제공하지 말고, 망 제공과정에서 취득한 타사 가입자 정보를 악용하지 않으며, 공정경쟁을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 정부에 보고하라는 것. 한마디로 바톤을 해당 사업자에 넘겼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목숨을 걸고(?)’ 반대했던 하나로텔레콤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미흡하다’며 볼멘소리를 냈고, 공식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KT도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당사자인 파워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여 준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다. 정부는 당초 파워콤 진입이 별 문제없다고 했다가 정책심의위원들을 중심으로 지적이 잇따르자 심각한 수준의 허가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쪽으로 방침을 선회했다가 급기야 마지막에는 정책심의위 일정까지 당겨가며 예의 관례대로 급하게 결정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간통신사업자를 선정하는 정부의 절차와 기준에 논란의 여지가 상당히 내포돼 있다는 점이다. 심사항목에 시장경쟁상황의 평가 기준을 명확히 명시하지 않아 망 임대 사업자가 경쟁서비스업체로 탈바꿈하는 경쟁구도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웠고, 허가서에 담을 공정경쟁 등 허가조건에 공통 양식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업 허가 전부터 몇 달 동안 진통을 겪었다.

 심지어 허가조건을 정부가 독자적으로 마련하는 것인지, 정책심의위원들이 심의·반려까지 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가 됐다.

 “허가서마다 내용이 천차만별이어서 어디까지 포함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는 정통부와 “공정경쟁 방안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심의위는 결국 예의 수준에서 결론을 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모호한 법 규정과 정부의 상황론에 근거한 해석은 사업자들을 불필요한 논란과 경쟁으로 내몰아 결국 ‘피바다’에 빠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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