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
최근 용산을 비롯한 PC 주변기기 유통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3년 사이 PC부품 가격이 절반 정도 떨어짐에 따라 판매 수량이 늘어도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각 업체의 아이템 늘리기가 한창인 것도 떨어진 매출을 아이템 추가로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위 ‘현금이 되는 아이템’이라면 너도 나도 뛰어드는 상황이다. 기존 그래픽카드를 유통하던 업체들이 LCD모니터 사업 진출을 선언하거나 소규모 유통회사이 파워서플라이·케이스 등 재고 부담이 적은 제품을 잇달아 사업군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 각 제품군 내에서도 브랜드 늘리기가 한창이다. 이는 주로 대만 벤더 늘리기로 이뤄지고 있어 과거처럼 대만 어느 브랜드면 이 유통사가 공급하고 있다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심지어는 한 회사에서 4개 정도의 대만 주변기기 브랜드를 유통하기도 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가장 손해를 보는 층은 소비자다. AS문제가 발생했을 때 같은 제품이라도 국내 유통업체가 바뀌면 제품 수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물론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수익성 창출이다. 이를 위해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도 하고 유통 물량을 늘리기도 한다. 이런 수익성을 기반으로 직원들 월급도 지급하고, 회사를 키워 나간다. 하지만 최근 PC부품 유통업체들의 아이템 추가는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단순히 현금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짙다.
이런 ‘묻지마 아이템 추가’는 순간적으로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지만 곪을 대로 곪은 상처를 치유해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기업의 체질개선 작업을 더디게 할 뿐이다.
진정 PC 주변기기 유통업체들이 수익성 개선과 사업 확장을 바란다면 아이템 추가가 아니라 현금 계산서 누락,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 의도적 판매량 증가 등 과거 악습을 정리해야 한다. 이런 유통질서 개선이야말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지름길이며, 10년 후에도 용산의 외형을 유지하게 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
컴퓨터산업부·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