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확실하면 이미 비즈니스의 절반은 이룬 셈입니다.”
차인덕 도시바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코리아(이하 도시바코리아) 사장(50)은 정열적이며 상당히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빼고 더하는 것도 없다. 본사 사장이라도 할 말은 꼭 하고 마는 성격이다. 목소리도 걸걸하다. 이 때문에 차 사장과 이야기해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믿음’을 갖는다. 불가능한 일이더라도 자연스럽게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자기 최면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차인덕’만의 강점이다. 차 사장은 이를 ‘분명한 전략(목표)과 구체적인 전술(실행)’ 이라고 설명했다.
“배로 미국에 갈 때 LA로 가느냐, 뉴욕으로 가느냐에 따라 항로는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LA를 택했다면 태평양을 건너면 되지만 뉴욕에 가려면 태평양을 건너 파나마 운하를 건너든지, 인도양·대서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목표를 멀리 잡으면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하는 셈이죠”
한 마디로 지금의 도시바 코리아는 출발부터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차인덕 사장은 도시바를 불과 2년 만에 노트북 시장 점유율 ‘빅3’, 외산 브랜드 ‘1위’ 자리에 올려 놓았다. 삼성전자· LG전자·삼보컴퓨터 등 쟁쟁한 토종업체에, HP·IBM·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경쟁을 벌이는 시장에서 2년 만에 이룬 주목할 만한 업적이다. 한 순간의 성과가 아니다. 2001년 도시바 코리아를 맡아 2003년 말 처음으로 3위에 진입한 후 아직도 이 성적표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다수 다국적 노트북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 3%, 5% 수준으로 LA행이 목표였다면 처음부터 저는 뉴욕을 목적지로 잡았습니다. 법인 설립 후 3년 안에 점유율 10%를 돌파할 것이라고 호언했었죠. 이 시기가 좀 빨라졌을 뿐 입니다”
차 사장이 도시바 코리아를 설립하면서 잡은 목표는 3년 내 시장 점유율 10%. 당시 도시바의 점유율은 고작 1.7%였다. ‘고지’가 명확하니 ‘전술’도 분명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다국적 기업으로는 드물게 한 달에 마케팅 비용으로 30∼40억 원을 투자했다. 브랜드 업체로는 처음으로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파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유통 채널도 용산 위주에서 홈쇼핑·인터넷 등으로 넓히고 공격 마케팅에 고삐를 죄었다.
“한 마디로 ‘투자’였습니다. 이제 막 출범한 현지 법인이, 그것도 보수적인 일본계 회사에서 한 달 수십억 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노트북 시장의 가능성을 믿었고 본사에도 이를 밀어 붙였습니다. 다행히 예상이 적중, 오히려 기대했던 것 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차 사장은 이미 도시바 코리아를 맡을 때부터 도시바의 숱한 기록을 깼다. 먼저 도시바 현지 법인 가운데 현지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드문 케이스다. 도시바는 전세계에 100 곳 이상의 법인을 두고 있지만 현지인이 대표를 맡는 곳은 프랑스·영국·브라질 등 불과 5개 안팎이다. 게다가 차 사장은 코리아 설립 당시부터 처음으로 대표를 맡았다. 이는 도시바 역사상 처음이다.
풍부한 다국적 기업 경험도 차 사장의 빼 놓을 수없는 경쟁력이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차 사장은 84년 씨티은행 서울 지점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7년 동안 근무했다. 이 후 컴팩코리아에서 10년 넘게 마케팅 경력을 쌓았다. 컴팩코리아 e커머스 본부장을 맡고 있던 2000년 일반 노트북PC를 온라인에 유통하며 단번에 컴팩 노트북을 업계 2위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차 사장은 오히려 된장 냄새가 물씬 난다. ‘숫자’에 민감하기 보다는 동물적인 ‘감’에 더 의존한다. 경영과 생산성도 결국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성과가 모두 ‘운(럭키)’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 하고 높은 임대료를 주고 강남구 대치동 고층 빌딩에 넓은 사무실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차 사장은 올해 새로운 목표를 수립했다. 먼저 시장 볼륨에 성공한 노트북 사업을 ‘수익성’까지 결합해 완벽한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노트북으로 쌓은 도시바 브랜드를 디지털 가전 등 다른 제품에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차인덕 사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CEO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본사 지시만 충실히 이행하는 단순 ‘오퍼레이션 매니저’가 아닌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한국을 대표할 실질적인 ‘컨트리 매니저’의 전형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사진: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은 “올해는 특히 수익성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풍부한 다국적 기업 경험을 가진 그는 도시바의 숱한 기록을 깬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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