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
핸디소프트가 신사옥 건립을 위해 1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부지와 건물 매입비로 드는 비용이니 건물 신축을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에는 171억원에 건물 2동과 부지를 매입했으니 3개월 동안 280억원을 부동산에 투자한 셈이다.
이러한 핸디소프트의 최근 자금운용을 두고 업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액만 296억원에 달해 대표이사까지 전격 교체한 회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옥 건립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다는 모습이 역력하다. 소프트웨어 사업이 어려우니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핸디소프트에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현금만 6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자본 유동성에 문제가 없으며 현재 사옥 장부가만 해도 100억원이 넘기 때문에 신사옥 건립을 하더라도 절대 밑지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울 법하다.
하지만 이 같은 핸디소프트의 모습은 우리나라 SW산업의 대표주자로 세계적인 스타기업으로 커나가기를 바라는 많은 SW관계자에게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핸디소프트가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해외시장 개척 등 많은 난관을 헤쳐가야 한다. 핸디소프트의 주력 사업인 업무프로세스관리(BPM) 분야는 글로벌 기업인 오라클·SAP·CA 등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을 정도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 그동안 어렵게 미국시장을 개척해 오면서 얻은 귀중한 경험은 지금 시점에서 핸디소프트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한 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 실례로 핸디소프트가 올해 미국, 일본, 국내에서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비용은 50억원 수준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기가 창피할 정도다. 신사옥 건립과 글로벌연구센터 설립이 SW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의아하다.
과거 우리나라 SW산업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SW기업들이 하나 둘씩 SW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지금, 핸디소프트에 거는 기대는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핸디소프트가 글로벌 SW기업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의 기대를 허물어뜨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