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른 해보다 산불이 잦았다. 산불이 난 곳은 비가 많이 내리면서 산사태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무가 살아 있으면 물을 가둘 만한 저수지 역할을 하지만 모든 것이 불에 타 땅이 부석거리는 곳에 비가 쏟아지면 그대로 홍수로 이어지기 쉽다. 화마가 휩쓸고 간 곳에 수마가 덮칠까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호우, 태풍, 대설, 폭풍 등으로 연간 1조5000억원 이상의 자연재해 손실이 발생한다. 이 중 60%정도는 호우로 인한 피해다. 특히 호우는 6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내려 연 강수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악기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함에 따라 기상재해의 규모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03년 9월에는 태풍 ‘매미’로 제주 지방의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60m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3월 5일 대전 지방에 49㎝의 폭설이 내려 1904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와 같이 갈수록 악기상이 발생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지구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되풀이돼온 수해는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인 경우도 있었지만,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재난관리시스템 등으로 인한 인재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소방방재청이 재난전담관리기구로 신설되면서 수해방지시설을 확충하고 시설점검을 철저히 하는 한편, 구난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상습 침수지역과 하천 제방, 산간 절개지, 건축공사 현장 등 비 피해가 예상되는 곳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마쳤다.
방재청은 현재 NDMS 사업의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고도화 과제에 대한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오는 2009년까지 5개년간 투입될 예산만 5373억원에 달하는 초대형급 국책 프로젝트다.
이에 따라 2007년에는 통합 방재 DB와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2009년까지는 재난예측시스템을 비롯해 공간영상정보시스템 등을 마련, NDMS 고도화를 완성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홍수 등 각종 재해·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키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재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장마가 시작됐다. 올해는 6월 하순께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 7월 하순에야 장마권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과 장대비가 예상된다.
도시에서는 포장도로, 고층빌딩, 지하차도 등으로 빗물이 자연적으로 배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수관의 배수 용량이 부족한 데다 지면이 낮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물이 모이는 현상으로, 시간당 20∼30㎜의 비가 1∼2시간만 내려도 상습적으로 침수된다. 이와 같은 곳은 배수시설 등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또한 농촌과 산간 지역에서는 노후 가옥 보수, 비닐하우스 관리, 소하천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며 산사태 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해안지역 역시 저지대 및 위험지구에 대한 경계 강화와 함께 항해 선박은 재난재해 발표에 따른 사전조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국민이 재난·재해 예방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자율방재에 참여하는 차원에서 폭우와 홍수 등에 미리 대비해 주변 하수구의 담배꽁초나 나뭇잎, 고사목, 쓰레기 등을 치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치운 작은 쓰레기가 홍수를 예방한다고 생각하면 결코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
◆정정기 소방방재청 대응관리국장 jung2k@nem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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