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공모

 같은 말이라도 뜻이 180도 다른 말이 있다. 아마 똑같은 현상이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며, 또 그럴 가능성을 경계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공모가 바로 그런 말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공모(公募)는 널리 일반에게 공개 모집한다는 의미이고, 주식시장에서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신주를 모집한다는 뜻이다.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흔히 주식 용어로 많이 쓰이지만, 인력 채용 때도 공모라는 용어는 자주 사용된다. 다만 인력을 채용할 때의 공모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기저에 깔고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법률적 용어로 사용될 때의 공모(共謀)는 2인 이상이 범죄를 모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공모공동정범(共謀共同正犯)이란 용어로 많이 등장한다. 이는 2인 이상이 범죄를 공모하고 둘 중 어떤 사람에게 범죄를 실행시켰을 때 실행을 분담하지 아니한 공모자도 공동정범이 된다고 하는 판례상의 이론에 기초를 둔 것이다.

 요즘과 같이 인력 채용에 관심이 쏠릴 때는 공개적으로 모집한다는 의미의 공모가 상대적으로 시선을 많이 받는다. 지난주엔 KT 사장을 ‘공모’한다고 해서 통신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누구 누구가 응모했고, 누가 추천형식으로 공모에 응했다는 투의 추측성 얘기들이 쏟아졌다.

 민영 KT 1기 사장 때는 무려 70여명이나 되는 응모자가 몰렸다고 하니, ‘공모’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만큼 일반인의 기대와 신뢰가 공모에 묻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때의 공모는 당연히 투명하고 공정한 룰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결과 또한 깨끗한 승복을 전제로 한다.

 과정과 결과가 투명해야 하고 또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전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재를 처음 초빙한다고 할 때만 공모형식을 취하고 참여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평가한 평가결과와 기준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공모의 기본 취지를 다 살렸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공개에 따른 부작용 등 현실적인 고려는 이럴 경우 부차적인 요소다.

 가정이긴 하지만, 만의 하나 공모(公募)의 의미를 잘 살리지 못하면 공모(共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 같다.

 IT산업부·박승정 차장@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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