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안 업체들의 중국 유감

김인순

 “중국에서 돈을 번 한국기업은 하나도 없다. 사기를 안 당하면 다행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중국 최대 정보보호 전시회인 ‘시큐리티인포차이나2005’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교훈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당초 180여개 전세계 보안 기업이 참여키로 했던 이 전시회에 전체 참가 기업은 고작 22개였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이 10개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레노버 등 전세계 첨단 IT기업이 참여한 중국하이테크엑스포와 함께 열리며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행사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하이테크엑스포에 묻혀 버렸다. 이런 상황을 미리 알았는지 전시회에 참여키로 했던 세계적인 보안 기업들은 하나도 부스를 만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 도착해서야 전시회 규모가 대폭 축소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중국 현지에서 전시회를 담당한 에이전시가 이런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참가업체들의 이야기다. 전시회에 참가한 정보보호산업협회는 물론이고 기업들 모두 황당한 모습이 역력하다. 결국 중국 최대 보안 전시회를 한국 기업이 채워준 셈이다. 당연히 세계적인 정보보호 기업들의 각축장을 기대했던 국내 정보보호 기업들로서는 국내 수준에도 못 미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전시회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힘든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성대하게 열렸던 전시회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조차 파악하기 힘든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 지사를 만들고 5년간 사업을 해 온 기업들도 전시회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엄청난 시장 규모 때문에 ‘기회의 땅’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그러나 엄청난 시장 규모는 우리에게만 열린 게 아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보듯 국내 기업들은 세계적인 보안 기업과의 정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보다 깊이 중국의 생리를 이해하고 이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해야만이 불확실한 시장인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번 전시회 참가에서 건진 유일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베이징(중국)=컴퓨터산업부·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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