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말이겠지만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공산품보다 훨씬 더 많은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공산품의 재료가 규격화된 유형의 것이라면 문화콘텐츠는 규격화하기 어려운 무형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화콘텐츠 제작에는 고도의 경험과 감수성, 상상력 같은 정신적인 힘이 요구된다. 같은 의미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은 결국 사회적인 창의성 개발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인 창의성을 높인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 기업에서도 창의성을 신장시키는 것은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위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경영활동이다. 발전적인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 관련 교육과 제도를 도입하고, 역시 그러한 기준에서 직원들을 채용한다. 그러나 단기적인 투자로는 한 기업의 아이디어 파워가 쉽게 업그레이드되지 않는다. 하나의 기업이 이러할진대 사회 전체의 창의성을 높이는 일은 그야말로 수치화하기 힘든 비용과 환산할 수 없는 시간이 필요한 미래 사업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문화콘텐츠 분야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쯤에서 필자는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해 제도의 혁신보다는 문화콘텐츠를 존중하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의 산업 현장에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인식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게임을 비롯해 여러 문화콘텐츠는 청소년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유해한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그러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고 있기는 하다.
반면 엔지니어에게 열려 있는 병역특례 제도만 해도 콘텐츠 제작자나 운영자에게는 넘지 못할 높은 문턱일 뿐이다. 사회와 정부가 문화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헤아린다면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할 텐데 인식의 장벽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장벽은 시장에서보다는 정부에서, 문화콘텐츠의 소비자보다는 소비자의 보호자들에게서, 자라나는 세대보다는 기성세대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체들의 고정관념이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초고속 통신망과 휴대 인터넷이 확산되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본격화되면서 문화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조금씩 변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데 필요한 여백의 경제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문화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감개무량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짙은 게임산업의 경우에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콘텐츠의 발전을 가속하는 촉매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많은 게임 기업이 각종 사회공헌활동은 물론이고 e스포츠와 같은 문화사업을 통해 문화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임이 학교 교재로 채택되고, KAIST에 문화기술(CT) 대학원 설립이 결정되는 등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e스포츠 관련 모임을 갖거나 유관 부처 장관들이 게임에 관심을 갖고 행사를 만들어내면서 다양한 후원활동을 펼치는 모습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은 총체적인 사회적 인식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부와 기업과 사용자가 문화콘텐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또 건강한 문화콘텐츠 육성에 힘을 쏟는다면 우리나라가 IT강국에서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나는 근본적인 힘이 될 것이다.
◆김영만 한국게임산업협회장 ymkim@hanbits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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