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해마다 제기됐던 일본의 ‘3월 금융시장 대란설‘이 올해는 잠잠하다. 일본 전자업체들의 3·4분기(일본회계기준 9월-12월) 실적도 매우 좋고 IT·첨단 제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일본이 10년이란 시간을 허비한 이유에 대해서는 매우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분석들이 이미 나와있다. 그 중 하나가 IT에 대한, 이공계에 대한 관심부족이다.
실제로 일본과의 IT관련 회의에 참석해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 일본 측 회의참석자의 ‘희끗희끗한 모습‘에 놀란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IT 관련 단체에 파견돼 근무해 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도 “한국에서는 나도 중견급인데 일본에 가면 거의 아저씨뻘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 일본 전문가들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80년대 일본 사회가 이공계보다는 ‘미래가 보장되는’ 의사 등에만 인재들이 몰렸던 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음에도 서서히 일본의 경쟁력을 좀 먹어 왔다. 이는 우리가 30년, 20년을 이야기하던 한·일간 경제 격차를 IT를 통해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한 셈이다.
하지만 두려운 것은 우리의 10년 뒤, 20년 뒤 모습이다. 우리 한국사회는 지금 ‘이공계 기피‘가 사회문제로 부각될 만큼 심각하다. 일본이 겪은 과오를 10년 뒤 20년 뒤 우리가 답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IT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우리는 과거의 ‘일본 따라가기 콤플렉스‘를 벗었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을 별로 즐겨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일본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일본의 이공계 기피‘가 한국에서도, 아니 한국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일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있는 일본, 그리고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10년이 ‘예약‘된 한국. 결국 우리는 다시 타산지석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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