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진 대덕전문연구단지 관리본부의 기능과 조직을 대폭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최근에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마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관리본부가 관리 주체에서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위의 눈총까지 받고 있다.
연구단지 관리본부가 운영하는 체육공원. 이곳은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정부가 위탁한 골프장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과기부 고위직을 비롯한 공무원, 연구원들이 서울에서 대거 내려와 관리본부측과 골프회동을 가졌다. 저녁에는 클럽내 식당에서 술자리가 마련돼 폭탄주가 돌았고 급기야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게다가 기관장 가족이 절차를 무시하고 아무 때나 골프장을 이용하는 모습도 수시로 목격되고 있다. 접대에 나서야 하는 직원들은 불편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덕연구단지내 일부 연구기관 종사자들이 자연녹지에 대단위 공동주택 건립을 추진, 환경단체의 난개발 문제 제기까지 받았다. 그러나 관리본부측은 제재 방법이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연구단지 관리본부가 대전시와 공동으로 추진하던 컨벤션센터 건립도 무산될 위기에 봉착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관리본부가 벤치마킹을 위해 다른 시도 방문 계획을 세우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지만 유지비만 연간 수십억원이 드는 거대 시설을 과연 운영할 수 있을지 경영 마인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본부 이사회는 최근 2년간 기관장 연봉을 50%이상 올려 놓았다. 액수로는 1억2000만원이 넘는, 연구단지 기관장 가운데 톱클라스 수준이다.
사회는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고 있는데도 관리본부가 골프장이나 실내 수영장 운영 등 일부 수익사업에만 치중하는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만 보여줘서는 비전이 안 보인다. 연구에 심신이 지친 연구원들에게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관리본부를 연구단지 개혁의 시험대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에 과학기술부도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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