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류대란의 교훈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15일 노사정합의안을 수용, 파업을 철회함으로써 물류대란과 수출대란으로 치달았던 분규가 일단락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9일 발생한 이번 분규로 인해 14일 오전까지만해도 전자제품을 비롯한 제품수출 차질이 4억5000만달러에 달했으며 그 피해액은 날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항만 기능이 마비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급격히 추락될 수 밖에 없었는 데 그나마 이 정도로 그친 것이다.

 특히 노사정합의를 통해 물류선진화를 위한 종합적인 제도 마련과 중간 착취구조 개선을 위해 다단계 알선 실태조사에 착수해 사업정지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 등은 낙후된 물류체계 개선뿐 아니라 그것이 발전적인 방향으로서 추진이 되면 분규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이른 시일내에 협업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전국적인 휴유증 극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그 상채기가 작지 않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정부는 “20년간 쌓였던 불만이 갑작스럽게 표출된 뜻하지 않은 돌출변수”라고 하지만 무려 20년간 불만이 쌓였다면 이해당사자인 노와 사의 문제를 넘어 정부로서도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노사 문제가 한 사업장 내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거의 전 산업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정부는 이러한 분규가 발생되지 전에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정부는 물론 기업, 국민 모두가 물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피해는 정부가 잠정적으로 집계한 것으로 실상은 그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서부 항만지역 노조 파업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업체들은 직접적인 수출 타격뿐 아니라 항공 편을 이용하면서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고 그 후에도 납기 지연으로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따라서 이같은 분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합의사항 외에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분규는 속을 들여다 보면 낙후된 물류체계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질적인 지입제와 다단계 구조, 또 화물 운송업자나 운송노동자에 불리한 규정, 낮은 처우 등도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나타난 일이었다.

 이번에 합의한 물류 선진화가 제대로 가닥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운송회사를 대형화함으로써 일관수송체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제조업체 대부분이 자가용 화물을 이용, 직접 운송하는 체제로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트럭과 열차, 항공, 해운 등을 통한 일관 수송체계를 갖출 때 수출기업들도 아웃소싱을 활성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운송회사도 경쟁력이 강화되며 자연스럽게 화물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기업의 물류비용이 15% 정도로 추정되는 데 이는 선진 물류체계를 구축하면 4%로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욱 효율적인 물류체계를 갖추기 위해 첨단화물정보시스템(CVO)·지능형교통체계(ITS)·전자문서교환(EDI)사업 등 종합 물류망을 재정비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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