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처별로 진행되던 차세대 성장유망산업의 발굴 및 육성전략이 범정부 차원의 ‘국가아젠다(agenda)’로 추진될 것이라고 한다. 반도체와 휴대폰이 넘겨주는 바통을 이어받을 차세대 성장엔진의 발굴 및 육성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산업자원부가 밝힌 차세대 성장동력의 발굴 및 육성전략의 주요골자는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성장산업을 발굴·육성하게 되면 중복 및 낭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산·학·연·관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차세대 성장산업 발전위원회’를 구성, 범정부 차원의 국가아젠다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성장엔진은 우리 산업의 3각 축인 주력기간산업(자동차·조선·기계·반도체), 미래전략산업(디지털가전·IT·시스템온칩), 제조업지원서비스업(디자인·유통·e비즈니스)을 중심으로 사업화 가능성과 국내 기술수준 그리고 일자리 창출효과 등을 감안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반도체 등 주력기간산업은 기술융합으로 고부가가치화 및 제품 다양화에, 디지털가전 등 미래전략산업은 원천기술 확보와 조기산업화에, e비즈니스 등 제조업지원서비스산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성장엔진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사업은 노무현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안이다. 따라서 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등 모든 부처가 총력전을 펴고 있다. 중복과 낭비요인의 발생을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기초·원천기술과 응용·개발기술의 구분이 불명확해지는 등 기술의 융합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처별로 제각각 논의되던 차세대 성장엔진의 발굴 및 육성을 범정부 차원의 국가아젠다로 추진하겠다는 산자부 구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산자부의 이번 대통령 보고에서 눈길을 끄는 사업은 또 있다.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에 핵심 부품·소재 집적지를, 인천-수원 등 수도권에 연구개발사업화(R&BD) 집적지를 조성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첨단산업·비즈니스 허브(hub)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핵심 부품·소재의 동북아 생산공급기지화, 동북아 연구개발사업화 중심지로의 도약기반 구축, 세계 일류기업과 대규모 투자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동북아의 새로운 경제질서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동북아지역이 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함께 세계 경제의 3대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첨단산업·비즈니스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정부구상의 결과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2001년 113억달러, 2002년 91억달러, 올해는 6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를 늘리기 위해 투자금액의 일정부분을 돌려주는 제도의 도입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물론 현금보조제 도입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일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제 도입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실천이다. 차세대 유망산업을 발굴·육성하고, 우리나라를 동북아 첨단산업·비즈니스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정부정책이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면 계획보다 실천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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