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실리콘 밸리 올해 산업 분야별 전망

 “빛이 보인다.”

 신년을 맞이한 미국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의 한마디다. 잿더미를 헤치고 나온 업체들은 이제 자생력을 갖췄다. 기술력은 물론 팔릴 수 있는 제품이 있고 마케팅 노하우도 쌓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낼 수 있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다.

 인터넷업체들에는 비상만 남았다. 컴퓨터업체도, 바이오업체도 더 이상의 절망은 없다. 통신시장이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업체들의 앞길을 마냥 가로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경기가 지난해보다는 좋아지겠지만 소폭 회복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별로 전망이 불투명해 투자자를 위태롭게 하는 ‘지뢰밭’이 도처에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IT업계가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견해가 일치한다.

 프랜시스코크로니클지는 세계 IT산업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샌프랜시스코지역의 인터넷·하드웨어·소프트웨어·통신·생명공학기술 등 5개 IT관련 산업의 올해를 전망했다. 지출을 줄여 쉽지 않은 상황이고 산업별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났지만 전체적인 예상은 지난해 이맘 때와 확연히 달랐다.

 ◇인터넷=닷컴산업은 약육강식 시대를 지나 비교적 강한 업체만이 살아남았다. 분석가들은 이들 생존업체는 올해 번영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야후·e베이·아마존은 모두 인터넷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와 다른 인터넷업체들은 과거 호황 때보다 경쟁이 한결 느슨해진 데다 온라인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웹 포털 야후는 그 동안 온라인 광고산업 침체로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특별 전자우편 저장서비스 같은 유료 서비스, SBC 등과 제휴를 맺고 제공하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e베이와 인터넷 소매업체 아마존은 눈부신 전 상거래 붐을 타 혜택을 계속 누릴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점포에서는 지갑을 열려 하지 않으나 휴가시즌 온라인 매출이 20∼40% 늘어난 데에서 입증됐듯 온라인 지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고 인터넷업체들의 상승세가 반드시 주가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정상급 닷컴의 주가가 올해 이후 이익이 급증하리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기준으로 여전히 비싼 것으로 여겨진다.

 ◇하드웨어=하이테크 하드웨어 판매가 90년대 말의 전성기를 재현할 것으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올해는 완만한 회복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PC 공급량은 올해 8.3%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1.6%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PC 공급량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PC 공급량은 올해 1억 4750만대로 2000년의 사상 최고기록 1억3990만대를 넘어서게 된다.

 소비자들은 지난 2000년 이후 PC 구입을 자제해왔다. IDC의 클라이언트 컴퓨팅 실장인 로저 케이는 이런 소비자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크로 칩 판매 역시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최근 올해 칩 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1.8%에서 19.8%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분석가들은 네트워킹과 서버 회사들도 그럭저럭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네트워킹 거인 시스코도 실적이 조금씩 좋아지고 서버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대규모 감원 후 흑자전환을 꿈꾸고 있다.

 ◇소프트웨어=오라클·시벨시스템·피플소프트 등 베이지역 대부분 소프트웨어 회사는 개인 소비자가 아닌 기업용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업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올해 지출을 언제 늘리느냐가 관건이다.

 A G 에드워즈 앤드 선스의 애널리스트 로버트 브레저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판매가 하반기에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과 경제침체 지속으로 기업이 지출을 연기하고 있다”며 “기업이 지출을 재개하면 가장 먼저 보안 소프트웨어, 그 다음에 데이터베이스 등 인프라 소프트웨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업의 회계와 인력관리 자동화 프로그램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업계 선두주자인 오라클 등의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베이지역 소프트웨어 업체 중 일부는 콘솔게임기용 비디 게임 제작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일렉트로닉아츠 등 일부 대형 게임업체는 휴가시즌 특수를 누렸으나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실적이 좋지 않았다. 사운드뷰테코놀로지스그룹의 애널리스트 숀 밀네는 그 결과 매출이 부진했던 몇몇 업체가 오는 3월까지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통신= 통신산업의 회복징후는 아직 요원한 형편이다. 월드컴·글로벌크로싱 등 대형업체가 아직 법정관리중이며 올해에도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지역 최대 시내전화회사 SBC커뮤니케이션스는 통신경기 침체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나마 상처를 덜 입은 편이다. SBC는 지난해 12월 30일 캘리포니아주 장거리 및 시내전화서비스 사업권을 따내 원스톱 쇼핑 서비스와 통합 요금 고지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AT&T와 월드컴 계열 MCI도 캘리포니아주 통신시장에서 SBC에 대항하는 자체 상품을 내놓았다.

 이들 업체간 경쟁은 시장은 물론 규제관련 청문회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AT&T와 MCI는 시내전화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SBC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SBC는 규제당국에 경쟁사에 대한 통신회선 임대비용을 2배 이상 올려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생명공학기술=생명공학산업은 지난해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은 채 침체돼 기대치가 낮아졌으나 올해는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호재는 마지막 시험 단계의 신약이 기록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퍼시픽그로스이쿼티스의 분석가 톰 디에츠에 따르면 이 신약들이 연방당국의 판매승인을 얻게 되면 투자 분위기는 크게 되살아날 것으로 예견된다.

 디에츠는 “2003년과 2004년은 전환기”라고 전제하고 “신약승인을 받아 새로운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회사 수가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소규모 바이오테크업체들은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들 업체는 벤처자본 펀딩을 받을 수 없어 상당수 업체가 자금이 고갈됐다. 대조적으로 대형업체, 특히 제넨테크와 길레드사이언시스 같은 일부 흑자업체들은 특히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

 펑크자이겔의 애널리스트 샤론 세일러는 “이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생명공학업체간 통폐합이 빈번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소규모 업체의 유일한 희망은 연구비를 댈 수 있는 큰 업체에 합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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