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A닷컴 이상 열기

 세계적인 게임 배급사인 일렉트릭아츠(이하 EA)가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자 이쪽저쪽에서 야단들이다.

 EA는 PC게임과 비디오 콘솔 게임 등의 분야에서 세계 3대 메이저에 속하며 나스닥 주식 시가를 기준으로 할 때 10조원을 상회하는 거대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 회사의 온라인 게임 시장 진출은 태풍의 눈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때문인지 일부 언론에서는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야단 법석이다. ‘EA닷컴이 리니지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 ‘온라인 게임 시장이 외산 중심으로 재편’ ‘국산 온라인 게임 설 자리 없다’ 등등 한결같이 EA닷컴의 비상과 국내 업체의 추락을 대조시키는 기사들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EA닷컴을 시작으로 외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잇따라 온라인 게임 시장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투자 대상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이처럼 외부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과 달리 정작 온라인 게임 업계는 EA닷컴의 국내 진출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A닷컴의 능력과 전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당장 국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EA닷컴은 80여종에 이르는 게임 콘텐츠를 공수해 물량공세에 나서겠다는 전략이지만 이중에는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킬 만한 게임은 별로 없다. ‘울티마 온라인’정도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또 대부분은 보드게임이다. 또 한국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과제도 산적한 실정이다. EA라는 브랜드나 자금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게 적지 않다.

 이같은 전후 사정을 간과했을까. 분석가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들, 특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일부언론과 합창으로 목청을 돋우고 있다.

 물론 경계를 풀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시각에는 다른 의미의 사대주의가 깔려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게임업계에 현재 필요한 것은 애널리스트들과 일부언론의 ‘공습경고’보다는 자심감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다. 정확한 시장분석과 전망이 아쉬운 하루였다.

 <문화산업부·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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