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원짜리 프로젝트

 1원. 셈의 단위에는 있지만 통용되지는 않는 돈이다. 1원짜리 동전을 못본 지 꽤 오래됐다. 일상에서는 이제 은행 현금입출금기에서 튀어나오는 명세표상에서나 가끔 1원의 의미를 확인하는 정도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10원짜리 동전도 그리 눈길을 끌지 못하는 인정이라 1원짜리는 차라리 주머니 속의 짐이나 다름없다. 10원짜리 동전의 제조원가가 40원이라고 하니 1원짜리는 제값도 못하는 금액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천대받는 1원이 때로는 무한한 상징을 갖기도 한다. 1원짜리 딜(Deal)이 바로 그 예다.

 국민·주택 합병은행의 합병은행장으로 선임된 김정태 행장은 ‘월급 1원짜리 최고경영자’로 유명하다. 그는 98년 주택은행장으로 취임당시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월급으로 1원을 받겠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물론 스톡옵션이라는 보상이 있었지만 그 상징성은 효과 만점이었다.

 1원짜리 소송도 있었다. 한 사업가가 은행의 전산착오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며 은행을 상대로 1원짜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결과는 은행측의 1원 지불 승락에 따라 원고의 승소로 싱겁게 끝났지만 역시 주위를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쌍용양회·대우자동차 등 요즘 매각 문제가 첨예한 곳에서도 간혹 1원 매각의 상징성을 주장하고 있다. 엄청난 부채만 해결된다면 1원 매각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이처럼 보기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는 ‘1원’이 최근 국방부 프로젝트 입찰에서 당당히 입찰금액으로 제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부가 2005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각군 전산실을 통합하는 마스터플랜 작성 프로젝트에 일부 참가업체가 1원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이다.

 1원의 상징성대로라면 분명 ‘밑지는 장사지만 국가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갸륵한 뜻이 숨어 있다. 그러나 왠지 국방부는 이번 사안을 놓고 법적인 하자가 없는지 검토한 후 대응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법적인 해석이 어찌 나올지, 입찰 참가업체들의 상징성이 어디까지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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