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인스턴트 메시징 표준 제정 난항

 【iBiztoday.com=본지 특약】 AOL 등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업체들이 표준합의에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제갈길만 가고 있어 표준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AOL의 인스턴트메신저(AIM), ICQ,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야후 등 주요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가운데 상이한 서비스 이용자간 대화가 가능한 서비스는 아직 하나도 없다.

 4개 서비스간 다리를 놓아주는 호환 프로그램으로 ‘아이미치(Imici)’ ‘오디고 (Odigo)’ ‘재버(Jabber)’ 등이 있으나 관련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에 모두 가입해야 사용할 수 있어 말 그대로 보완적인 솔루션일 뿐이다.

 인스턴트 메시징의 진정한 연동은 AT&T 가입고객이 스프린트에 가입하지 않아도 스프린트 이용자와 통화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추진중인 휴대폰간 연동성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대로라면 인스턴트 메시징의 호환 표준제정은 수개월 아니면 수년이 지나야 가능할 전망이다.

 알렉스 다이맨디스 오디고 판매 및 마케팅 담담 부사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서비스의 가치”라며 “우리는 인스턴트 메시징이 전화통화나 e메일을 보내는 것처럼 수월해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진단했다.

 로체스터 공대의 워런 타리터스 교수는 e메일 표준이 일찍부터 제정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용자를 확대하고 유지하려는 서비스 제공업체의 욕심이 인스턴트 메시징 표준을 지체시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술발전을 주도하는 대형 서비스업체들이 기득권을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는 게 장애물이라는 지적이다.

 인스턴트 메시징은 실시간에 이뤄지고 일반적으로 수신자가 온라인에 있는 사실을 알아야 메시지 교환이 가능하다. 이런 점이 일정한 수준의 컴퓨팅 능력과 민감한 고객 관련 데이터 보호를 위한 중요한 기술적 과제를 제기한다.

 트렌트 맥네어 아이미치 수석 소프트웨어 설계자는 “방대한 정보가 중앙집중화될 필요가 있어 모든 업체가 이 정보 통제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턴트 메시징은 친구나 가족간에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즉석 메시지를 전하는 무료 서비스로 시작되었으나 일부 기업들은 인스턴트 메시징이 텍스트와 음성·사진·동영상을 전송하는 유망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판단,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일찍부터 눈독을 들였었다.

 시장조사회사 주피터미디어메트릭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4900만명 가량이 가정에서 최소한 한가지의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를 쓰며 이는 지난해의 3800만명보다 28%가 증가한 수치다.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가운데 AOL의 인스턴트 메신저가 이용자수에서 가장 앞서 있다. 미 연방당국은 AOL이 타임워너와 합병할 때 즉석 비디오 클립 전송같은 차세대 서비스의 표준이 제정 전에 시장 지배적 위치와 기술력을 이용해 시장을 독점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차세대 서비스이외에 현재의 텍스트 서비스 표준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OL은 지난해 6월에 표준제정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텍스트 서비스 표준제정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AOL의 반복되는 지연 전략을 비난해 온 경쟁 업체들도 지난해 말까지 자신들만의 인스턴트 메시징 호환성을 구현하겠다고 한 기한을 넘겨버렸다.

 에릭슨·모토로라·노키아 등 세계 3대 휴대폰업체들은 지난달 말 올해말까지 이른바 ‘와이어리스 빌리지 이니셔티브(Wireless Village initiative)’라 불리는 표준 제정을 추진, 휴대폰용 인스턴트 메시징 단일 규칙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업체 모두 표준제정을 위한 인터넷 엔지니어링 태스크포스(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와 최대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3년 동안 휴대폰 표준제정을 논의해 온 이 기구는 몇 차례에 걸쳐 시한을 넘겼다.

 AOL은 지난 99년 MSN이 자사 회원과의 교신을 시도했을 때 이를 막았고 아이미치와 오디고같은 호환 서비스 및 AOL 회원과 통신을 차단하려고 시도했었다.

 AOL은 다른 서비스 및 호환 서비스가 AOL 이용자에게 패스워드를 제3자에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가장 큰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매키넌 AOL 대변인은 “프라이버시와 보안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호 연동은 스팸 발송자와 해커들의 준동에 소비자를 노출시켜 인스턴트 메시징을 파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OL은 올 여름에 시험 솔루션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표준제정을 서두르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 중 한 사람인 프레즌스웍스의 매튜 스미스 사장은 “당장의 표준제정보다 인스턴트 메시징 시장이 승자를 결정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면서 “현 단계에서 규칙제정은 이제 갓 자라기 시작한 숲의 모양을 미리 표준화하는 일과 같다”고 비유했다.

 <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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