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25>
“아까 분석을 해보니까 수도권에서 표가 많이 이탈했습니다. 호남권은 계속 우세합니다만, 수도권의 표 이탈 원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 대신 영남권의 표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습니다.”
홍 총무가 말하면서 사타구니를 쓰다듬었다. 그는 마치 총재가 하는 짓을 따라하듯이 했다. 내 시선이 그의 사타구니로 향하고 있다고 보았는지 그는 얼른 손을 떼면서 말을 이었다.
“영남권에서 우리 당 후보들이 많이 당선된 사실은 이제 지역갈등이 어느 정도 없어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는 대권 선거하고 차이가 있지. 정당보다 인물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온 것이오. 영남권에서 내세운 후보자들이 우수했다는 결론이지, 그것이 당의 힘이라거나 지역갈등이 없어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착오요. 지역갈등? 당연히 없어져야지. 그러나 삼국시대가 수천년 내려왔는데 쉽게 사라질까?”
총재는 절망적인 논조로 말했다. 수천년 삼국시대가 내려왔다는 개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도 호남이 백제국이고 영남이 신라라는 말인가. 일부에서는 아직도 그러한 정서로 보는 견해가 있었다. 그래서 수도권 출신이 대권에 당선되면 고구려가 천하통일을 한 것이고, 영남권의 인물이 당선되면 신라에서 삼국통일을 한 것이 된다. 지난번에 호남권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것을 백제가 삼국통일을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통일은 잠정적인 것이고, 모두 승복하지 않는다. 다시 분열이 되어 삼국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 사우나탕에서 총재와 홍 총무는 나에게 여러 가지 권고를 하였다. 내가 정치 초년병이기 때문에 염려가 되어 가르쳐주는 인상이었다. 나는 정치 초년병이지만, 기업을 이십여년간 경영해 왔다. 이제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있지만, 그 정치라는 것이 기업의 제품 개발과 판매만큼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현 시점의 정치판도가 무질서한 데서 나온 결론이지만.
첫 등원을 하는 날 나는 아버지의 산소에 찾아가서 절을 하였다. 절을 하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등 뒤에 비서들이 서 있어 나는 울음을 억지로 참고 무덤을 바라보면서 입속말로 말했다.
“아버지, 저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아버지는 욕부터 하였겠죠. 이 쌍놈의 새끼야, 이제 국민을 상대해서 사기치려고 거기 들어갔더냐 하고 말입니다. 아버지, 걱정 마시오. 절대 사기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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