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지노믹스 조중명사장
최근 완성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활용해 질병을 극복하고 예방할 신약을 개발하는 새로운 포스트게놈시대가 열렸다. 유전자의 기능을 분석함으로써 무병장수의 길을 열어줄 ‘불로초’가 탄생될 날도 머지 않았다.
게놈 연구는 IT산업에서 트랜지스터의 개발에 비유될 수 있다. 트랜지스터의 원리를 기초로 라디오, TV 등이 개발됐듯이 게놈 연구를 통해 기초적 생체원리를 밝혀낸다면 생체기능을 조절하여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신약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약은 유전자 정보만을 가지고는 만들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의 몸 속에서 일어나는 생리대사는 단백질에 의해서 수행되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들을 수행하는 기계는 단백질이고 유전자는 단지 설계도다.
단백질 연구는 생체 내에서 새로운 단백질들을 찾아내고 기능을 연구하는 단백질체학과 단백질들의 3차원 구조를 밝혀서 그들의 기능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 IT와 접목하여 신약을 설계하는 구조유전체학(structural genomics) 등이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신약 개발을 위해 구조유전체학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전세계 컨소시엄과 비교해 훨씬 적은 시간과 예산으로 몇 배의 성과를 낸 미국의 벤처기업 셀레라지노믹스는 1조1000억원의 예산으로 단백질 연구를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게놈 연구에서 미국에 뒤진 일본도 게놈 연구를 따라하지 않고 단백질들의 3차원 구조를 밝히는 구조유전체학에 국가의 전략적 힘을 쏟고 있다. 이는 구조유전체학이 신약 개발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은 21세기 생명공학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신약 분야에 확고한 자리를 잡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구조유전체학을 이용한 신약 발굴은 우리나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우선 가장 중요한 단백질의 분리정제 기술이 이미 세계 수준이다. 또 X선 결정학, 핵자기공명학, 분자설계학 분야에는 우수한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력이 많다.
그리고 이 분야의 연구에서 꼭 필요하며 세계적으로 몇 개 없는 방사광 가속기도 정부의 지원으로 이미 포항공대에 설치되어 있는 상태다. 이처럼 신약물질을 합성하기 위한 합성화학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선진국은 이미 게놈 데이터베이스, 기능유전체 연구 등에서 월등히 한국을 앞서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수행하는 연구를 중복, 모방해서는 안된다. 선진국의 연구 성과물인 여러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서 구축된 구조 유전체학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약 발굴에 집중하는 국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신약은 해외 라이선싱 아웃을 통해 막대한 기술료와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분야다. 성공했을 때 성과가 막대한 만큼 개발 기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사업이라 벤처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신약 분야는 기술력만 확보되면 초기에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업초기부터 신약 개발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기술제휴를 통해 얼마든지 연구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산업은 90년대 후반 발아기를 거쳐 2000년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중화학공업과 반도체가 중진국 진입을 담당했다면 이제 선진국 진입은 바이오기술이 담당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국가적 전략을 세우는 2001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의약 시장에서 차별화되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를 선택,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생명공학 기술을 통한 선진국 진입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jmcho@crystalgeno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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