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반도체투자 보류

한국에 대한 외국 반도체업체들의 투자가 중단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앰코테크놀러지코리아·칩팩코리아·ASE코리아 등 한국 내 생산기지를 둔 다국적 기업의 국내법인들이 생산라인의 증설을 늦추거나 신규 품목의 개발을 연기하는 등 당초 계획했던 한국투자를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 전력용 반도체사업부문을 인수한 페어차일드코리아는 모터용 IC 및 양극형 게이트절연트랜지스터(IGBT)의 보조라인 증설과 고주파(RF) 트랜지스터 생산계획을 유보했고 아남반도체의 반도체 패키징사업을 인수한 앰코테크놀러지도 반도체 생산설비 증설계획을 연기했다고 한다. 현대전자의 패키징사업을 인수한 칩팩은 본사의 생산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국내 공장의 일부 설비를 중국 등지로 옮길 계획이며, 모토로라코리아의 한국공장을 인수한 대만의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업체인 ASE코리아도 칩스케일패키지(CSP)와 시스템인패키지 설비 신·증설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니 걱정스러운 일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매출부진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들어 감산 및 감원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 대한 투자 유보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외환위기(IMF)를 전후해 한국정부의 지원 약속을 받고 국내공장을 인수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한국투자 유보는 당초 목적에도 배치되는 등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이는 자칫하면 국내 반도체산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비확충 등에 필요한 자금을 들여오지 못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본사의 감원 한파가 한국법인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등 그 여파가 고스란히 국내로 몰려올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더욱이 전세계 생산량의 30% 가량을 이들 업체가 차지하는 전력용 반도체와 후공정 패키징의 경우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가 중단되면 수출은 물론 국내 신규고용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은 보나 마나 뻔한 결과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와 업계에서는 신속하게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들 다국적 기업의 한국생산법인을 과감하게 끌어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 업체들의 생산기반이 국내에 있고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수출실적과 1만명이 넘는 고용창출 효과를 낸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 기업에 준하는 최소한의 세제혜택이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한국에 대한 투자가 적절했으며 투자여건도 좋다는 것을 보여줄 때 본사의 투자 유치가 용이해진다는 외국 기업 법인장들의 말처럼 차제에 외국인 투자유치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것은 외국인들에게 신뢰를 주는 정책의 시행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외국기업들이 외면하거나 불신하면 정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신뢰성있는 정책과 실효성있는 지원책 마련으로 외국반도체업체의 한국투자가 보류되는 일이 없도록 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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