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원의 유럽 IT강국 방문기>(1)아일랜드

민주당 국회의원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달 12일부터 22일까지 유럽의 정보기술(IT)강국인 아일랜드, 핀란드, 스웨덴을 방문했다. 정 의원이 현지에서 체험한 이들 3국의 IT발전 현황과 우리나라 정보화에 대한 시사점을 담은 유럽 IT 강국 방문기를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2월 15일 오후 늦게 아일랜드의 더블린 공항에 내렸을 때 우선 사방에서 초록빛이 눈에 들어왔다. 에이레 항공의 날개도 초록이요, 활주로 건너편에 보이는 들판과 낮은 구릉도 모두 연한 초록색이었다. 겨울의 끝자락에 선 아일랜드의 자연은 벌써 물기 머금은 초록빛 봄이었다.

아일랜드는 가난한 나라다. 150년 전 감자 기근이 들어 당시 인구 400만명 가운데 100만명이 굶어 죽었던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다. 못먹고 못살아 인구 절반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나라에 IT산업을 축으로 한 희망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수도 더블린에는 활기가 넘친다. 비어있는 사무실이 없고 집을 구할 수도 없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10%로 유럽에서 최고다.

2월 16일 아침 더블린 교외에 있는 디지털 파크(Digital Park)를 방문했다. 10년전 정부가 40만평의 부지에 첨단산업 단지로 조성한 IT산업의 심장부다. 내가 방문한 자일링스(Xilinx)사는 반도체 전문회사로 본사는 미국 새너제이 실리콘밸리에 있고 더블린과 런던, 도쿄, 홍콩에 지사를 두고 있다. 아일랜드, 미국, 인도출신의 380여명의 연구인력이 있고 작년 한해 수출이 6억달러다.

자일링스 대표이사 부사장인 폴 맥캠브리지는 아일랜드가 성공한 이유를 여섯 가지로 나눠 말했다.

첫째는 높은 교육수준과 맞춤 기술 훈련이다. IT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의 눈높이에 맞춰 고급인력을 배출해 낸 것이 가장 큰 강점이었다. 더블린대학과 트리니티대학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자랑이다.

두번째는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IT기업들 거의 대부분이 아일랜드에 현지법인을 세워 진출한 가장 결정적인 동기가 영어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이외에 IT산업의 선진국을 보면 영국, 아일랜드, 이스라엘, 인도 등 영어 장벽이 없는 나라들이다.

그 다음은 정보 인프라산업의 발달과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 10%의 세제 혜택, 다국적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 그리고 사회 계약을 통한 노사 안정과 임금 안정 등이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 「정보사회추진위원회(ISC :Information Society Commission)」에 갔다. 아일랜드를 정보화의 일등국가로 만들기 위해 96년에 만들어진 기관이다. ISC가 지난 4년간 정부 각 기관과 기업, 민간, 학교 등에 권고하고 평가한 정보화 추진사항은 대부분 실행되었다. 그러나 ISC의 보고서는 정보격차의 해소와 아일랜드를 유럽 e비즈니스의 허브(hub)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더 역동적인 정보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ISC에는 수상실 소속 보좌관도 멤버로 참석해 수상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일랜드 정보화의 강점은 54%의 성인이 PC에 능숙하고 43%가 인터넷을 잘 다루며 100%의 기업이 PC를 사용하고 80%의 기업이 e메일을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아일랜드 신경제의 중심에 있는 산업개발청(IDA:Industrial Development Agency)을 방문했다. 감자 농사를 짓던 아일랜드에 해외의 IT산업과 금융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IDA는 최대의 개방전략과 해외 투자 유치전략을 펼쳐 지난 십년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인텔(Intel) 등 1200개의 첨단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IT분야에서 미국의 대유럽 투자의 40%가 아일랜드에 집중되고 있고, 미국 PC의 유럽 판매량 가운데 33%가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다. 작년 한해 소프트웨어 수출만 도 70억 달러로 미국과 1,2위를 다투게 되었다.

1999년도 아일랜드의 1인당 GNP는 2만5000달러로 영국을 추월했다. 아일랜드는 이미 과거의 아일랜드가 아니다. 수백년 동안 식민지로 억눌려 살아온 아일랜드가 영국에 통쾌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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