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동 어헤드모바일 사장 ydlee@epital.com
작금의 기술주 폭락은 전세계적인 불황의 조짐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전망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닷컴의 대표주인 야후까지 적자 전환과 함께 임원들이 대거 사퇴하였고, 기술주를 대표하는 시스코 역시 급격한 수익 악화와 함께 대량감원을 시행하고 있다.
과연 국내 인터넷과 IT기업의 살길은 있는가. 많은 닷컴들이 웹에이전시라는 간판 아래 「개발용역」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무선인터넷이나 P2P와 같은 새로운 유망기술이 뭐냐는 식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분명히 이런 영역에서도 할 일은 많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먼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창출하고자 하는 가치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러한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사업의 중심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산업의 주류를 이루던 중소 의류제조업체 중에 살아남은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이들은 모자나 텐트처럼 첨단과는 거리가 먼 제품들을 만들면서도 해외시장을 석권하고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성공하고 있다.
디자인·브랜드와 같은 의류업의 기본에 충실하고, 중국 등으로 이전한 해외공장과 미국과 유럽의 수요자를 연결하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수요자가 만족하는 고품질의 상품을 신속히 공급하는 역량을 완성하였기 때문이다.
많은 인터넷 미디어 기업들의 문제는 광고를 기본 수익모델로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광고시장의 규모나 성장속도가 인터넷 기업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무한정 커지거나 성장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적어도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 기업들의 문제는 이들이 과연 미디어로서 진정한 대중성·오락성·정보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포털이 제공하는 극히 제한된 유용성(디렉터리, 검색 기능, 제한된 정보)을 가지고서는 주요 미디어로 포지셔닝할 수 없다는 것이 진정한 이슈인 것이다.
야후의 사례는 포털기업이 미디어로서의 기본가치를 확실하게 확보하지 않으면 글로벌하게 1위의 위치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너나없이 시작하고 있는 「콘텐츠 유료화」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게임외에 매력적인 디지털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아마존이 겪는 현재의 문제는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유통업체인지, 혹은 IT를 통한 거래의 편의성과 온라인 상의 중개역량인지가 불명확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통업체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아마존이 가지지 못한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다.
아마존이 진행하고 있는 월마트나 토이러스 등의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수익사업들의 사례는 아마존이 가진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기업들의 벤처기업 인수합병은 권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자신의 사업 기반을 활용하여 거기에 의존하는 벤처기업들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해 검증된 벤처기업들의 역량을 기존 사업에 결합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왜 우리가 벤처기업을 창업하는지, 왜 거기서 일하려고 하는지 그 기본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경우 대기업에서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99%가 개인적인 성장이나 자기성취를 위해서라고 한다. 창업의 리스크를 잘 알고 견딜 수 있는 사람, 「을」의 입장에 설 수 있는 사람,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보람을 찾는 사람들이 벤처기업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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