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공동마케팅 보류 배경 및 전망

국내 DVD 관련업체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 온 공동마케팅 계획이 보류된 것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소외된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번 공동마케팅에 참여한 업체들만이 DVD타이틀을 번들용으로 무료제공하는 것이 다른 업체들에게는 공정한 경쟁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는 비난을 살 수 있는 데다 이들 업체가 공동으로 광고·판촉 이벤트를 펼치는 것도 공정위에 「담합」이라는 꼬투리를 잡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와 해태전자·아남전자·태광산업 등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이번 공동마케팅을 위해 총 10억원의 자금을 조성, 지난 15일께부터 대대적인 공동광고를 비롯해 최대 35%에 달하는 할인판매 등 다양한 판촉이벤트를 벌일 예정이었다.-

또 워너브러더스·브에나비스타·콜럼비아트라이스타 등 3대 메이저 직배사와 비트윈·스펙트럼디브이디·다음미디어 등 국내 타이틀 제작업체들은 광고비용을 내지 않는 대신 각각 2만4000장과 1만2000∼1만8000장씩 총 10억원 규모의 DVD타이틀을 하드웨어업체의 DVD플레이어 판매시 번들용으로 무료제공할 계획이었다.

이는 아직까지 콘텐츠 부재로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DVD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기는 하지만 공동마케팅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일견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캠페인에 참가하는 업체들이 현재 국내 DVD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메이저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공동마케팅 보류결정은 다소 석연치 않다.

따라서 이들 업체가 그동안 애써 준비한 공동마케팅 계획을 전면 보류하게 된 실질적인 이유는 지난해 에어컨 관련 담합혐의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범칙금을 두드려 맞은 대기업들의 아픈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록 벌칙금을 50억원 정도로 줄이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입장에서 보면 에어컨사업에서 담합이라는 혐의로 막대한 범칙금을 낸 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공정위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 못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한 대기업 법무팀은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식제안했고 관련업체에 계획보류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점유율도 높은데다 그동안 주도적으로 나서온 대기업이 몸을 사리자 다른 업체들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이들 업체는 공동마케팅 계획을 보류하는 한편 다른 업체들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업체들만의 프로젝트라는 인식을 없애는 방안을 대안으로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다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등 골칫거리가 많아 차라리 손쉽게 각 사가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이번 DVD 공동마케팅은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결국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온 업체들이 어렵사리 모여 기획한 DVD 공동마케팅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란다」는 식으로 지레 겁을 먹은 일부 대기업에 의해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손실이다. 실제로 이번 계획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번들용으로 공급하기 위해 제작해 놓은 10만장 가까운 DVD타이틀이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이 돼버렸기 때문에 각 사가 염가에 구입해 무료로 배포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또 이번 일로 인해 앞으로 당분간은 국내 업체들간의 협력분위기 조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제품간의 복합화 현상이 빨라지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국내 전자업체간 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시장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이번 DVD 공동마케팅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만을 남기지 않을까 우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DVD는 이미 유망수출 품목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국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DVD 관련업체의 몫이지만 이를 더욱 촉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DVD산업 발전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획된 관련업체들의 공동마케팅 노력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이번에는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