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인터넷청정지역 서비스

신종철 송우아이엔티 기술연구소 소장 sis@songwo.co.kr

금년 말이면 우리나라 인터넷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하리라고 한다. 2000만이라면 일반전화 가입자 수를 능가하게 되는 셈인데 전화를 배제한 우리의 일상생활을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이제 인터넷도 우리 생활기반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세상만사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항상 공존하게 마련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막강한 「낙천, 낙선운동」으로 후보자들을 벌벌 떨게 하고 우리나라 선거문화를 일거에 혁신하게 만든 것이 바로 인터넷이라면, 바이러스나 음란물과 같이 온갖 허섭스레기까지 막무가내로 우리 코앞에 디미는 것 또한 인터넷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인터넷의 보급과 활용 촉진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지난 7월 개최된 국가정보화 전략회의에서는 청소년 보호를 위하여 「인터넷 등급제」를 도입하고 불법 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해 사업자와 이용자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정부가 발벗고 나서겠다 하니 우선은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영화나 비디오와는 달리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남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 콘텐츠인데, 어디에다 무슨 기준으로 「주홍글씨」를 박아 넣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몇 년전 지하철의 지연발차 태업이 「준법 투쟁」으로 불리던 해프닝을 기억한다면 제발 지킬 수도 없는 규정을 만들어 불법이 준법으로 호도되는 이상한 세상이나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인터넷 청정지역」을 만들도록 하자. 우선 각급 학교를 「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각종 불법음란물이 배제된 인터넷 청정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록 차단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다. 무늬만이 아닌 진짜 청정지역이 될 수 있게 하려면 제대로 된 불법음란물 차단시스템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부 학교에서 부분적으로 시도된 불법음란물의 차단 노력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는 첫째 비전문가인 선생님들에게 이 시스템의 운영을 맡겨 놓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이고 둘째 차단목록을 제때 갱신하지 못하여 차단시스템이 종이 호랑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불법음란물이라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매일 수천 수만개가 새로 생겨나고 없어지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몇 만개의 차단목록을, 그것도 한번 설치하고는 그냥 방치해 둔다면 그야말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실 내가 잘 아는 어느 외국회사는 100명 이상의 인력을 하루 3교대로 차단목록 작업에 투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불과 서너명의 인력으로 어떻게 해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노력이 가상할 따름이다.

다음으로, 각 가정이나 PC방은 「준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관리대상의 범위와 특성 그리고 소요되는 비용과 노력 등을 감안하여 어느 정도 시장원리에 맡겨도 좋을 듯 싶다. 다시 말하면, 이 준청정지역을 위해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불법음란물 차단서비스를 부가 서비스의 하나로 제공하고, 자녀 교육이 염려되는 학부모들은 월 몇천원을 더 내더라도 이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이용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지나친 상업주의는 경계해야 하겠지만, 정부와 시장이 일정 부분씩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는 짚고 넘어 가도록 하자. 요즈음은 국제전화까지 공짜로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정작 비용지불을 요구받게 되면 뭔가 손해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세상에 정말 공짜란 없는 법이다. 속된 말로 서비스 제공업자들도 뭔가 남는 게 있어야 그 서비스를 계속할 것이라는 자본주의의 제일원칙을 뻔히 알면서도 너무 공짜만 기대 한다면, 그는 이미 가치 있는 서비스 받기를 스스로 포기한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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