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교육 및 연구에 활용한다는 거창한 목적으로 시작된 대학 교수실험실 창업 시행 3년째를 맞아 일부 교수들이 그릇된 행동으로 제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는 커녕 외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직장은 다니기 싫으면 사표내고 퇴사하면 그만이지만 대학원생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속된 말로 대학원생들은 교수에게 학위를 받기 위해 발목을 잡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후죽순처럼 교수들의 실험실 창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숨죽이며 곁에서 지켜본 대학원생들의 볼멘 소리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간 종속구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학연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졸업을 하더라도 교수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스승의 말은 곧 법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부인할 수 있는 대학원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대학원생들은 스스로를 지도교수 앞에서 「고양이 앞에 쥐」라고 표현한다. 이번 추석연휴에도 마찬가지였지만 교수가 마음먹기에 따라 대학원생들은 연휴도 반납해야 한다.
『지도교수가 증자를 한다고 하면 대학원생들도 어쩔 수 없이 증자에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원생이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안하면 안되는 구조적 문제때문입니다.』
모 대학 석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L씨의 하소연이다.
교수들의 한심한 태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창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인·제자 등 지인들을 업체 대표로 등재하고 회사운영 전권을 장악하는 기형적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만일 실험실 창업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학교당국과 주변 동료교수·제자들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책임추궁과 비난을 면하기 위한 술책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상아탑의 의미를 되새겨 존경받는 스승이 어떤 스승인지 교수들 스스로 자성하고, 정부의 실적올리기 위주의 실험실 창업정책도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
돈을 많이 버는 교수보다 수업에 충실하고 열심히 연구하는 교수가 더 존경받는다는 사실은 시대가 변해도 진리임에 틀림없다.
<경제과학부·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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