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튜이트사의 「퀵북스」 소프트웨어는 경쟁 제품에 비해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지만 놀랍게도 현재는 북미지역 회계용 패키지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튜이트는 경쟁사들이 뛰어난 기능을 보다 많이 제품에 채택하려고 했던 것과는 반대의 전략을 구사했다. 「퀵북스」는 웬만한 기능들을 포기하는 대신 단순함과 편리함을 추구했는데 바로 이 전략이 사용자들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와해성 기술혁신(disruptive)이란 이처럼 기존의 경쟁기반을 변화시켜 시장판도의 재편을 꾀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기존의 경쟁기반은 다양하고 뛰어난 회계분석 기능이었고 판도변화를 꾀한 것은 단순함과 편리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와해성 기술혁신이 반드시 첨단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을 필요는 없다. 실제로 이제까지 정보기술 분야에서 나타난 와해성 기술혁신 사례들은 기존 기술에 비해 성능이 월등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퀵북스」 외에도 PC가 미니컴퓨터 시장을, 잉크젯프린터가 레이저프린터 시장을 간단하게 무너뜨린 사례가 있다.
와해성 기술혁신이 이같은 힘을 갖고 있는 것은 그 기술의 성격이 기존의 지배적 기술과는 상반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성능은 떨어지지만 더 작고 단순하며 사용하기가 편리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 초기의 와해성 기술은 성능이 저급하다는 핸디캡 때문에 주력시장이 아닌 틈새시장을 통해 발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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