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도 벤처산업의 가능성은 충분한데 정부와 관련단체의 관심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전북의 한 바이오벤처 사장의 일성이다. 벤처가 서울 등 일부지역에 편중, 벤처기업 육성·지원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균형발전의 토대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발언의 요지다.
그러나 그의 지적은 과연 벤처산업의 특성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있는지, 또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생긴다.
국내에 조성된 벤처밸리는 테헤란밸리와 같이 정보통신 관련기업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모여 만들어지거나 대덕밸리나 테크노파크처럼 정부의 일정한 계획 아래 테마별로 조성된 밸리로 구분된다. 이들 벤처밸리의 상당수가 서울과 수도권 일대 그리고 지방의 특정지역에 집중된 것은 신속한 사업진행과 네트워크가 중요한 벤처기업의 속성과 무관하지 않다.
벤처기업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한 곳에 모아둔다고 해서 벤처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의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미국을 봐도 벤처밸리는 서부 실리콘밸리나 동부 실리콘앨리 등으로 편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테헤란밸리 등 벤처밸리는 정부와 벤처 관계자들의 지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그렇게 만들어져서도 안된다.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형성, 발전돼왔듯이 적어도 벤처밸리만큼은 지역간 균형발전이란 명분에 앞서 좋은 인프라를 구축, 벤처기업들이 스스로 몰려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국내외적으로도 성공한 벤처밸리는 고급 연구인력과 자본, 기업 등 인프라가 좋고 네트워크가 효율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 모든 지역에 벤처밸리를 만들어 온나라를 벤처밸리화하기보다는 지역별로 기존에 축적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특화된 벤처단지를 조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벤처가 꼭 정보통신과 바이오만이 전부는 아니다. 지방별로 갖추고 있는 벤처토양을 분석하고 그에 합당한 인프라를 구축, 특색을 살리는 작업이 더욱 절실하다.
이제는 어디에 벤처밸리가 있느냐의 문제보다는 벤처밸리가 보다 효율적으로 성장과 발전을 하기 위해 어떤 요소가 필요하고, 이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벤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갈 것인가를 좀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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