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의약분업제도가 도입됐지만 의사들의 파업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너무 아파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도 병원 이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저 건강상태나 알아보고 건강 정보를 얻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은 배부른 소리로 들릴 지경이다. 머리띠를 동여맨 파업의들에게 『제가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와서 피부가 많이 그을렸는데 무슨 약을 발라야 하죠』라고 물어본다는 것이 어쩐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병원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건강정보를 얻을 수는 없을까.
이러한 궁금증은 꼭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만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자신이 편한 시간에 손쉽게 찾아가서 원하는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고 건강상품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인터넷으로 의약품을 구입하고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약국(EC커런트 여섯번째 이야기:온라인 약국이 다가온다)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온라인 약국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헬스케어 시장의 일부분일 뿐이다.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일곱번째 이야기는 최근 국내에서도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헬스케어 사이트」에 대해서 미국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편집자◆
◇온라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
포레스터리서치가 오프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약회사, 의료서비스업체, 의료기기업체 등 헬스케어 업체 50여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84%가 온라인 헬스케어 업체들과 협력관계 구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온라인 마케팅 비용 중 헬스케어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광고비용을 3년 후에는 평균 3배로 증가시킬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가 헬스케어 사이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 제약회사 간부의 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헬스케어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해 새로운 정보를 얻고 있다. 그들은 헬스케어 사이트의 고객이지만 당뇨병 치료약을 판매하는 우리 회사의 잠재적 고객이기도 하다.』
오프라인의 업체들이 이처럼 온라인 헬스케어 업체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온라인 업체들에는 희소식이다. 아직 광고 수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업체들에 많은 광고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 경영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헬스케어 사이트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헬스케어 사이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미디어매트릭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중 25.5%가 헬스케어 사이트를 방문했다. 헬스케어 사이트의 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 지난 2월 현재 2만개를 넘어섰다.
포레스터리서치는 급증하고 있는 헬스케어 사이트들의 유형을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분류한다.
△일반적인 헬스케어 사이트
가장 먼저 등장한 유형의 사이트들로 B, C 유형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표참조
닥터쿠프닷컴(http://www.drcoop.com), 웹MD(http://www.webmd.com), 헬스센트럴(http://www.healthcentral.com) 등이 해당되며 다양하고 광범위한 건강정보를 제공한다.
△포털사이트의 헬스케어 서비스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가 아니라 기존의 인기 포털사이트들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추가한 경우다. AOL(http://www.aol.com/webcenters/health/home.adp), 야후!(http://health.yahoo.com), 위민닷컴(http://www.women.com/health), i빌리지(http://www.allhealth.com) 등이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 이들 사이트는 주로 A유형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생활 속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를 제공한다.
△특화된 헬스케어 사이트
암, 당뇨병 등 한가지 질병 또는 질환에 초점을 맞추어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캔서팩츠닷컴(http://cancerfacts.com), 미 당뇨병환자연합(http://www.diabetes.org), 베이비센터닷컴(http://www.babycenter.com) 등이 해당된다. 한가지 분야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를 공급하고 더 나아가서는 실제 의료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특히, 특정 집단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헬스케어 사이트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헬스케어 사이트의 생존전략
수많은 헬스케어 사이트가 문을 열면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선발주자인 닥터쿠프닷컴, 웹MD 등은 다양하고 알찬 정보에 전문성을 가미하며 시장을 수성하려 하고 있다.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포털 사이트들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 제공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A유형의 이용자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전문성으로 무장한 특화된 사이트들은 D유형은 물론 C유형의 이용자들까지 끌어모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헬스케어 사이트 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만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익 모델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 거의 모든 헬스케어 사이트들은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헬스케어 사이트인 닥터쿠프닷컴과 웹MD 등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아직은 시장과 사업 모두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용서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용인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루빨리 수익모델을 찾아 수익을 가시화한 업체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오프라인의 의료 서비스와 연계를 모색하고 전문가를 많이 확보해야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다. 사이트를 찾는 이용자들에게 단순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의 병원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치료도 알선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각 분야별로 전문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개인별로 맞춤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한 건강정보를 원하는 사람부터 난치병의 치료정보를 찾는 사람까지 헬스케어 사이트를 이용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이들에게 두리뭉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더욱 구체적인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신상정보를 헬스케어 사이트에 밝힐 수 있도록 보안시스템이 완비돼야 한다.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야구장에 야구를 보러 온 사람들이 야구 기념품을 사듯이 건강정보를 얻기 위해 헬스케어 사이트를 찾았다가 관련 상품을 구입하도록 전자상거래에 많은 준비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광고 수입에 의존해오던 기존 헬스케어 사이트가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업체만이 살아남는다. 어느 분야보다도 안정성이 중요시되는 것이 의료·건강 분야인 만큼 고객에게 있어 업체 선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업체에 대한 신뢰도다. 신뢰도는 우선 서비스의 질에 의해 구축되는 것이지만 브랜드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또한 중요하다. 기존 업체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에 따라 신규업체들의 뒤늦은 시장 진출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러한 점들을 보완한 업체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여러 가지면에서 골고루 경쟁력을 갖춘 종합 헬스케어 사이트가 부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소규모 업체들에 대한 대형 업체들의 M&A시도가 활발해져 온라인 헬스케어 시장이 수년내에 대형 업체들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헬스케어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의 네가지 유형
A:전염병이나 유해음식 사고 등과 관련한 최신 뉴스나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얻기 위해 헬스케어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이다. 현재 헬스케어 이용자들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실속 있는 일상 생활과 밀접한 건강정보를 원한다.
B:건강에 매우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시 다치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 음주가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음식 정보 등에 관한 정보를 찾는다. 또한 영양제, 시력보호제 등 치료가 아닌 보호 또는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약품에 관한 관심이 높다.
C:이제 막 질병에 걸렸거나 발병 위험에 처해 있음을 병원으로부터 통보받았으나 평소에는 건강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일로 인해 헬스케어 사이트를 찾아 관련 정보를 구하고 이와 동시에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온오프라인 모임에 가입하기도 한다.
D:만성질환이나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병에 걸린 환자들이다. 단 한번의 치료 또는 수술로 쉽게 완치될 수 없기에 지속적으로 헬스케어 사이트를 찾아 최신 정보를 얻는다. 새로운 약품, 수술법, 치료법, 민간요법에 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알고 있다. 또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알맞는 맞춤정보를 원하기 때문에 헬스케어 사이트에 비교적 많은 신상정보를 제공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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