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영어가 필수적이라는 논지의 글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실용영어교육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퍽 다행스런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1월 23일자 「LA타임스」에 의하면 전세계 60억 인구 중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4억2000만명,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3억5000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를 합치면 10억명의 영어 사용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웹상에 인덱스가 가능한 페이지는 10억개 이상이며 이 중 영어로 된 페이지가 86.55%로 인터넷상에서도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할 수 있다. 이제 영어는 영어사용 국가들만의 언어가 아닌 지구촌 언어(The Global Language)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가 이 영어를 정말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초등학교 영어 교육제도부터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촘스키의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두뇌속에 언어습득장치(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 를 지니고 태어난다. 그리고 5∼6살까지 경험한 언어자료를 통해서 해당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LAD의 기능이 점차 소멸하게 된다. 예로 지방의 어린이가 6살 때쯤 서울에 오면 곧 서울말씨를 쓰게 되지만 언어 습득의 환갑 나이인 12∼13살이 넘어 서울에 오게 되면 평생 지방 사투리를 그대로 쓰게 된다. 외국어는 어릴 때 배워야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시작한 지 4년째에 들어가지만 주당 80분씩밖에 가르치지 않고 이들을 지도하는 정규교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의 학교 밖에서의 영어수업도 금지시켜놓고 있다. 아예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해놓은 것이다. 이러한 교육제도로는 10년 동안 영어공부를 했지만 말 한마디 못하는 우리의 영어교육 현주소의 재판이 될 뿐이다.
영어교육의 밑뿌리가 되는 초등학교의 영어수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현재의 주 2시간에서 5시간으로 과감히 늘려야 한다. 현재의 수업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학년부터 6학년까지 4년 동안 영어를 배우는 총 수업시간은 고작 7.6일일 뿐이다. 또한 교사들도 가급적이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구사 능력을 갖춘 정규 영어교사들로 채용해야 한다.
만일 이런 교사가 여의치 않는 경우는 원어민이 탑재된 멀티미디어 교재를 활용하면 충분히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멀티미디어 언어학습 환경인 경우 원하는 단어·억양·문장 등에 대한 반복학습이 언제든지 가능하므로 사실상 현장에서의 원어민과 하는 학습보다 더 나은 학습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검증되지 않은 원어민들을 무조건 외국에서 초청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영어선생님들에 대한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그들의 실용교습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멀티미디어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 중·고등학교의 영어시간에는 문법이 아닌 대화체 중심의 내용으로 수업이 진행돼야 하며, 대학에서는 입시부터 아예 실용영어 범위를 더 넓히고 커리큘럼에 실용영어과목을 증설해 실용영어교육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면 한국인들이 영어를 실용어로 사용하는 데는 별로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현재의 열악한 영어교육 환경에서도 영어권 국가에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사례를 볼 수 있듯이 영어는 본인의 노력에 달린 것이지 반드시 외국에 가야만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언론도 일본 총리 자문기구의 영어 공용화에 대한 제안을 한국의 영어 공용화 여론에 편승시키려고 유도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영어교육을 실용어로서의 영어사용 수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는 생각이다. 영어교육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한국인의 뿌리를 갖춘 글로벌화한 한국인의 양성」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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