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의 과학기술교육은 국가발전 및 경제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져왔다.
60∼70년대는 경공업 중심의 노동집약적 단순인력 배출과 산업현장에 필요한 숙련기능공 양성, 그리고 대학·산업체의 연구기능 강화,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이공계 연구소 육성에 중점을 두었다. 80년대는 첨단 기초연구 확충, 경제적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육성, 이공계 고급두뇌의 병역특례 도입 등을 통해 기술집약적인 고급인력 양성과 이 분야의 투자를 강화하였다.
그리고 90년대는 창의력에 바탕을 둔 첨단 과학기술 연구능력을 배양하고자 연구중심대학원 개념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었고, 반도체·정보통신·생명공학 등의 첨단분야 연구인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이 분야의 석·박사급 고급 연구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21세기에 대비한 독자적인 지식과 정보창출 능력배양, 국제경쟁력을 갖춘 이공계 연구인력 양성 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BK(두뇌한국)21사업」은 연구중심의 대학원 교육을 통하여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을 배출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는 국가적 교육정책으로 판단한다.
우리가 맞이하는 새 천년은 단순히 새로운 한 세기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또다른 창조의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하고 미래에 유망한 정보·소재·생명공학·에너지기술 등의 분야에서 독자적인 핵심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세계7위의 과학기술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발돋움하고자 「2025년 과학기술 장기발전비전」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이 발표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국가경쟁력 기여도를 보면 전세계 주요 47개국 중 98년도 22위에서 99년에는 31위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교육의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적 명문대학, 특히 미국의 대학을 보면 시대적 요구에 맞는 교육연구와 재정투자, 교육과정 개발, 교원양성 등의 다양화·특성화를 이루기 위해 정부 및 교육당국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오늘날의 학생이라 해도 실험·연구 중심의 교육을 받지 못하면 창의력과 잠재력을 계발할 수 없고 그 결과가 국가경쟁력의 차이에서 그대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교육당국도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국가적 교육체계를 바로잡고자 계속적인 교육제도의 변화를 시도한 바 있지만 사회적·구조적으로 고착된 입시 및 교과서 위주의 교육, 학벌 지상주의 사회풍토 등으로 인하여 그 효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다시금 대학교육의 개선을 위하여 시도되고 있는 BK21사업 역시 국민적 여망의 합의와 아울러 일선 교육담당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가미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시도되었던 다른 모든 제도와 같이 언제 또 사장될지 모르는 하나의 정책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지금은 우리 과학기술계, 특히 교육계가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21세기에 대비한 교육에 매진할 때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선진국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들은 지금보다도 더욱 강화된 협력과 경쟁을 유도하여야 함은 물론, 기초과학연구를 통해 중장기적인 기술축적도 달성하고 전체 산업계로의 파급효과와 활용가능성이 큰 미래기술분야에 독자적인 핵심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과학기술 교육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최덕린 한국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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