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04)

 사무실로 올라가서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왜 그렇게 느린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전화가 걸려와도 내가 수화기를 들곤 했다. 목포 집에 전화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알아볼 수도 없어 나는 무작정 기다렸다. 십여분이 지나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야, 네 형이 죽었단다.』

 어머니는 목이 메어서 말했다. 어머니는 형보다도 나를 더 아꼈다. 보통은 장자를 더 아끼는 것이 상례였지만, 학교 공부라든지 평소의 행실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형보다 나에게 더 기대를 했다. 더구나 둘째아들이 크게 될 것이라는 사주점이 나온 후 어머니가 나에게 거는 기대는 신앙적일 만큼 컸다. 그렇지만 큰아들도 아들이었고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장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니 어머니의 떨리는 음성은 당연한 것이다.

 『형이 왜 죽어요? 대관절 무슨 일이 났어요?』

 『공사현장서 전기에 감전이 됐다. 바보 같은 놈이 고압 전기를 만졌다는 거야. 야간작업을 하다가 어젯밤에 그랬어. 바보 같은 놈. 내가 그렇게 일찍 결혼하지 말라고 했는 데도 제 멋대로 장가를 가더니.』

 『형이 언제 결혼했어요? 안했잖아요.』

 『저희들끼리 했어. 혼인신고도 하고 살림도 차렸던 거야. 썩어질 놈, 그러니 죽는 게 당연하지. 결혼을 하면 안된다고 그렇게 말렸는 데도.』

 어머니는 형의 감전사고가 부주의에서 생긴 것이라기보다 결혼을 빨리 하면 요절할 것이라는 점쟁이의 말을 더 믿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을 빨리 한 것을 원망했다.

 『거기가 어딥니까? 지금 내려가지요.』

 『유달산 병원 영안실이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형의 죽음은 슬픔을 느끼기에는 너무 갑작스런 것이었다. 나는 슬픔보다 당혹함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형을 경원해서라기보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그의 죽음이 실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급날을 며칠 앞두고 있어서 나는 목포로 내려갈 차비가 없어 가불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형의 죽음 소식을 듣고 허 실장과 기술실 직원들이 조의금을 내주어서 가불을 하지 않았다. 허 실장이 말했는지 사장실에서 나를 불렀다. 그러나 사장은 외국인들과 면담중이어서 나는 들어가지 못했다. 비서 김양희가 봉투 하나를 내밀고, 입을 실룩하면서 말했다.

 『사장님이 주라고 했어요. 이것 때문에 불렀으니 그냥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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