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하숙집으로 모시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전에 입던 옷도 있었으나 어머니가 시장에서 손수 산 것으로 보이는 새 옷도 눈에 띄었다. 옷뿐만이 아니라 먹을 음식도 장만했다. 객지에서 제대로 먹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지 갖가지 반찬에 떡을 만들어왔던 것이다.
『이게 뭡니까, 어머니?』
나는 옷을 뒤적거리다가 목도리에 붙어 있는 이상한 표적을 보고 물었다.
『그건 부적이야. 몸에 지니고 다녀라.』
『부적을요? 미신은 버리시라니까요. 아무 소용이 없어요.』
『아냐. 그걸 버리면 안돼. 너는 성공한다고 했어. 가는 데마다 모두 그랬어.』
가는 데마다 라고 하는 곳은 점쟁이 집이라든지 사주를 보는 무당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어머니의 그 신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토목사업에 대형 사고가 터졌다. 그 일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고 뒤이어 아버지는 부도를 냈다. 집과 땅을 모두 잃으면서 가난하게 됐을 때 어머니는 그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했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점쟁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곳을 가도 둘째 아들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점괘가 나왔던 것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신념이 됐고 동시에 어머니의 모든 희망이 되기도 했다. 나는 미신을 믿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신념은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를테면, 너는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는 어머니의 믿음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이다. 막연하기 그지없는 그 기대는 어머니에게는 이제 하나의 신앙처럼 됐다. 어머니는 단순히 믿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정된 대운이 순조롭게 도래하기를 빌고 있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기도를 했다. 어머니는 자주 절에 가서 기도를 하기는 했지만 특별히 신도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도하는 대상은 절의 부처가 되기도 하고 하나님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중요하지 않았다. 아들이 잘 되게 해 준다면 절대자가 그 누구인들 상관하지 않았다.
아들에 대한 기대는 맹목적이면서도 신앙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미신을 믿지 않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어 목도리의 부적을 떼어내려다가 멈췄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그것을 지니고 다니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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