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구조조정 밑그림 있나 없나

 정보통신부가 남궁석 장관 취임 이후 본부 국장 및 과장을 거의 전원 보직 변경하는 사상 최대의 인사를 단행, 기묘년 새해를 새로운 진용과 마음가짐으로 맞게 됐다.

 정통부는 지난해에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새해에는 심기일전해 우리나라 정보통신정책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올해 정통부 앞에 놓여 있는 과제는 산처럼 많다. 그 가운데서도 남궁 장관이 가장 먼저 업계의 주문에 응답해야 할 과제는 통신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입장 천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동전화를 비롯한 국내 정보통신업계는 새해를 불안과 초조로 시작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배순훈 전임 장관 시절 일관되게 견지해온 「정보통신 구조조정에 인위적 개입은 없다」는 원칙이 최근 들어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연말 현 정권의 경제 실세 트리오가 마치 입을 맞춘 듯이 이동전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비롯됐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 의장 등이 잇따라 「이동전화 빅딜론」을 제기했다. 때마침 개각이 이루어졌고 신임 남궁 장관 역시 정보통신 빅딜론을 다소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증폭됐다.

 이동전화 회사들은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입으로 빅딜론이 촉발되자 과연 정부 차원의 밑그림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정보통신업계에서도 이동전화가 2, 3개사로 재편된다느니 그 다음은 무선호출이라느니 하는 「빅딜괴담」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올해 경영계획을 확정하기는커녕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정보통신 구조조정에 대한 시나리오 검토와 대응논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일부 후발주자들은 정부의 구조조정론이 확산되면서 벌써부터 가입자 유치에 타격을 받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래서 이동전화를 포함한 정보통신업계는 남궁 장관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주무장관으로서, 더욱이 새로운 정책진용 인사를 마무리한 그가 과연 어떤 원칙을 제시할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통부는 이동전화 구조조정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하루빨리 밝혀야 한다. 동요하는 업계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1천4백만명이 넘는 국민이 매일 사용하는 이동전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가 구조조정에 개입할지의 여부를 시급히 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분명한 방침이 선다면 국내 정보통신업계나 해당 기업들도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게 될 것이다. 이동통신업계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정책의 불투명성이다. 자기도 모른 채 자신들의 운명이 어느 다른 곳에서 결정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보통신업계의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남궁 장관은 이미 취임 일성으로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의 지론을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정보통신 구조조정에 대한 시각을 하루라도 빨리 국민과 업계에 제시해 주어야 한다.

 반도체 빅딜에서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곤란하다. 해당 기업들에게는 재산상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관련 종업원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부의 개입까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정부에 의한 구조조정과 자연적인 시장경제에 의한 구조조정 중 어느 방법으로 이뤄져야 할지 분명한 방향이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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