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허법원 개원에 거는 기대

특허법원과 특허심판원이 2일 개원됐다. 이에 따라 특허소송의 심급구조가 종래 특허청 심판소와 항고심판소의 2단계 심판을 거쳐 대법원에 상고하던 것에서 앞으로는 특허청의 심판을 거친 다음 특허법원에서 사실심을 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명실상부한 3심체제로 바뀌게 됐다.

개편된 특허심판제도에 따라 사법부에 새로 설치된 고등법원급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의 개원은 특허심판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고 특히 법관에 의한 사실심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보장할 뿐 아니라 새로운 전문법원 시대의 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 특허법원 전심기관으로 종래 특허청 특허심판소 및 항고심판소를 합쳐 발족한 특허심판원은 특허청 소속이지만 사실상의 특허 분쟁 관련 제1심 역할을 하는 법률기관으로 위상이 높아져 그 역할이 기대된다.

특허법원은 산업재산권에 관한 재판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처리해 과학기술을 보호하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그 존재의 이유이다. 사실심 법원인 특허법원이 사건을 적정하게 심리,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허분쟁의 특성으로 볼 때 고도의 과학기술 정보를 확보해야 함은 물론 과학기술인의 자문을 받아야 하고 소송의 1심에 해당하는 특허청의 특허심판원 자료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특허법원과 특허심판원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지적재산권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주축으로 그 위상과 역할에 따라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특허법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기술판사 제도를 도입하고 사건 종류와 관계없이 특허 관련 사건을 모두 특허법원에서 다루도록 해야 한다. 산업재산권 분쟁의 특성은 고도의 기술내용 자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법관의 판결에 기술적 전문성을 요구한다. 대법원이 우선 특허사건 전담재판연구관 또는 지적재산권 전담재판부에 근무했거나 이공계 출신 법관 등을 일차적으로 특허법원에 근무하도록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판사제 도입을 포함한 법관 양성 및 충원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술판사제도 도입은 특허청의 이공계 출신으로 우수한 심사관을 기술판사로 임명할 경우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독일의 연방특허법원을 예로 들고 있다.

또 현행법상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취소 소송만을 담당하고 침해소송은 민사소송으로 취급, 특허법원의 관할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으나 사건 종류를 막론하고 기술과 관련한 사실 판단 능력이 핵심인 첨단 기술사건이나 각종 기술이 융합된 특허의 속성파악 문제도 특허법원에서 다루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저작권이나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소위 신지적재산권에 관한 분쟁의 항소심으로서 기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법률과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 집단인 변리사에 대한 소송대리권 보장과 함께 감정인 자격을 주고 기술심리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변리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특허권과 같은 산업재산권은 기술개발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 국가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침해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전제로 하며 무분별한 침해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되지 못할 경우 산재권 제도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산재권 침해사범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침해사범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 또는 외국의 통상압력에 따라 발동하는 미온적인 형사제재는 국민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권리의식을 둔화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허법원은 서울에서 개원됐지만 오는 2000년 3월 1일부터는 대전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연내 대전으로 이전하는 특허청과 동일지역에 위치하게 됨에 따라 특허심판 관련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특허출원 건수의 약 80%가 서울과 수도권지역에 집중돼 있는 만큼 앞으로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출원인 및 관계자들의 불편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기술경쟁시대에서 국제적인 특허분쟁에 대한 공정한 재판은 필수적이다. 특히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북돋우고 발전시키기위해선 산업재산권을 법률로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법원의 개원으로 우리나라 특허심판 구조에 대한 외국의 우려를 없애고 국제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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