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품업계 "진성어음 할인"대책 급하다

최근 부품업계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보사태, 진로, 대농에 이어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후 시중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이들 계열기업과 거래해온 상당수의 부품업체들이 이로 인해 연쇄적인 타격을 받고 있음은 우리나라 부품산업의 생존과 관계되는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모터, 커넥터, 스피커, 튜너, 데크, 배터리, 스위치, 릴레이 등을 납품해온 자동차관련 부품업체와 일부 산전업체들이 기아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납품대금으로 받은 수십억원의 어음을 할인받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있으며 이같은 자금난이 조기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연쇄도산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기아그룹과 거래해온 협력업체가 5천여개사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의외로 심각할 것 같다. 다행히 기아그룹의 회사살리기 운동이 각사마다 노사를 초월, 전사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사회 각계에서도 이에 대한 동참이 늘고 있어 「기아살리기운동」은 이제 범시민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기아자동차에 대한 특별할인판매를 실시한지 3일 만인 22일 오후5시 현재 계약기준으로 총 4만1천9백여대가 판매되는 등 일반국민들의 기아살리기운동에 대한 호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아그룹의 자동차공장이 있는 일부 지방에서는 시, 도의회 등 31개 지방단체가 「회사 살리기 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협력업체에 어음할인을 거부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예금거부 및 예금인출, 협력업체 생산품 사주기 등 회사살리기에 적극 나섰으며 기아자동차 부품특약점 대표들도 기아그룹 살리기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에서도 기아관련 제조업체들에 대한 부가가치세 조기환급 방안을 모색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중에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기아협력업체들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적다. 정부나 사회 각계의 관심이 기아그룹의 회사살리기에만 쏠려 있을 뿐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부품업체들이 연쇄도산할 경우 부품업체들의 도산으로만 끝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기아의 회생에 문제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부품업체들이 연쇄도산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이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 이는 전자, 철강, 기계 등 주요 기간산업을 비롯하여 타이어, 유리, 고무 등 관련산업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가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히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금융기관들이 기아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어음할인을 중단하고 있는 것은 위험을 떠맡지 않으려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일단 이해가 되나 그것이 진성어음이라는 사실과 국가경제를 생각해서 모든 관련기관이나 시민단체들이 기아회생운동을 펴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은행의 결단이 요구된다. 어떤 형태로든 어음에 대한 보장을 받는 일은 은행이 노력해야 할 일이며 거기에는 모두가 협조할 것이다.

이번 기아사태와 관련해 은행들의 할인기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수는 지난 21일 현재 87개사로 그 할인 요구액은 1천76백29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집계다.

금융기관들은 즉시 어음할인에 착수하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번 무너진 업체는 재생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지는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정부에서도 은행에 대하여 이같은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부품업체에 대해서도 부도방지협약 적용 대상기업으로 지정, 자금난을 타개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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