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옥은 바꾼 파라미터를 마우스로 클릭했다. 이제 다시 1호 위성은 임의의 지점에서 아래 방향으로 5도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임의의 지점. 그러나 방법이 없다. 1호 위성 안테나가 지구를 감지해야만 위성 스스로의 자세 데이터를 이곳 관제소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를 잡는 기준점을 잃어버린 지금 상황에서는 임의의 지점에서 순차적으로 위성을 회전시켜 위성체의 지향성 안테나가 지구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은옥은 다시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우리나라 통신망을 입체화시키기 위해 쏘아 올린 위성 통신망이 운용 불가능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상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비상 통신망으로 활용하도록 되어 있는 위성 통신망이었지만, 맨홀 화재로 인한 지상 통신망 장애와 함께 통신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두려움. 지금과 같은 두려움은 1호 위성의 발사후 위성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때에도 느꼈던 두려움이었다.
온 국민의 성원 속에 발사대를 박차고 솟아오른 1호 위성이 보조 로켓 하나가 분리되지 않는 바람에 제 궤도에 이르지 못하는 사고를 당했을 때도 느꼈던 안타까움이었다.
은옥은 1호 위성 발사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은옥은 그때의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메모해 놓았었다.
4년여 동안 모든 정열을 다 쏟은 1호 위성을 탑재한 발사체가 불꽃을 내뿜으며 솟아오르던 상황이 눈앞으로 되살아났다.
1호 위성 발사 D-3.
위성을 탑재한 델타Ⅱ 발사체의 2단 액체 로켓에 산화질소 산화제와 에로진 연료 주입 시작. 케이프커내버럴 델타 발사장 상황실 발사준비 브리핑에 참석.
모든 상황 양호.
이어 발사일까지의 일기예보 시청.
위성발사의 성공요인 중 하나가 기상상태였다. 날씨였다. 아무리 위성체가 정상적으로 발사된다고 해도 기상상태가 나쁘면 정상궤도 진입에 착오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때 소나기, 오후부터 차차 갬. 지상에는 동남쪽에서 풍속 16노트의 바람이 불고 지상 2만 피트 상공엔 1백10노트의 제트기류가 동남향으로 이동.
위성사진 분석중 이상징후 발견. 플로리다 동남방 먼바다 상공에서 허리케인의 씨로 보이는 회오리 구름 생성. 구름의 정확한 진로는 예측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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