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소. 대형 도시 가스관이 지하철 옆으로 매설되어 있소.』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소?』
『관리하는 부서가 다 다릅니다. 통신구는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에서 하고 전력선은 전력회사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소. 도시가스는 가스회사에서 관리하고 있소.』
『해당 회사와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현재 종합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소. 모든 전화가 불통이 되어 해당 회사에 연락을 할 수가 없소.』
『전화가 다 불통이오?』
『그렇소. 화재 발생과 동시에 부근의 모든 전화는 물론 소방서의 전화도 다 불통이 되었소.』
『환풍구는 열렸소?』
『환풍구에는 열쇠가 설치되어 있어 절단기로 잘랐지만 구조를 몰라 지하로 섣불리 진입을 못하고 있소.』
『알겠소. 지하 시설 도면 확보되는 대로 연락 주시오. 무전기 열어 놓고 있겠소.』
심재학 대장은 다시 브라운스 페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케이블 화재를 떠올렸다.
케이블은 여러가지가 있다. 통신과 방송용 배선, 조명용 배선, 엘리베이터 동력용 배선, 방재용 배선과 기기용 배선 등 매우 다양하다. 현대의 건축물과 도시의 기본적인 기능은 이러한 케이블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 도시의 효능과 건물의 효능은 이러한 케이블이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설치, 운용되고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케이블들은 완전한 불연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기존의 빌딩 대부분이 각층의 중심부에 불연화 조치가 되어 있지 않아서 화재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며, 지하에 매설되어 있는 케이블도 마찬가지로 부분적으로밖에는 불연화 되어 있지 않아 화재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케이블 피복의 불연화를 꾀하려면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며, 그 작업 과정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단선 또는 몇 개로 조합된 케이블의 피복 재료가 가연성이라 해도 이로 인해 화재가 확대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 더구나 난연성의 염화비닐을 피복제로 사용한 경우에는 거의 연소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난연성인 염화비닐 피복제도 몇 개가 다발로써 점화되면 매우 잘 탄다는 사실이 페리 원자력발전소 화재를 통하여 확인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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