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인터넷시대의 보안대책

세계는 지금 「인터넷」이라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인터넷은 이제 우리의 생활양식까지 변화시킬 정도로 현대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이를 모르면 낙오자가 되고 마는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강원도 산골의 국민학교에서도 인터넷을 교육하기에 이르렀다. 「권력이동(Power Shift)」 이라는 책을 통해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지적한 앨빈 토플러의 말은 이러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은 원래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컴퓨터들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자연발생적인 통신망이다. 이때문에 특별히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러한 자유스러움이라는 특성은 인터넷이 급속히 퍼져 나가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無主性이라는 것이 곧 무한정의 발전가능성을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방만함을 부르게 마련이고따라서 스스로를 통제할 여과장치를 마련해 놓지 않으면 오히려 자멸로 이끄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은 유닉스 호스트와 TCP/IP라는 공개적인 프로토콜을 이용해컴퓨터들을 연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은 정보의 보안에 있어 매우 취약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인터넷에 연결되었다는 것은 조직 내부의 네트워크가 전 세계 사용자들의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보고에 의하면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속도에 비해 보안사고 발생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우려를 잘 실증해주고 있다.

최근에 국내의 유력한 보안전문가 그룹으로 알려진 두 대학의 컴퓨터 써클사이에 벌어졌던 창과 방패의 싸움, 일본 외무성의 홈페이지에 침입한 국내해커의 무용담 등이 뉴스면을 화려하게 장식할 정도로 정보의 보안 문제가심각한 수위에 다다랐다.

내로라하는 대학.연구소.기업체의 전산망에 쉽게 들락거리면서 마음껏 놀다 갈 수 있는 한국은 「해커의 천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닉네임을 가지고있다. 대학의 연구실에 침입해 롬메모리를 파괴하고, 2년간에 걸친 연구 성과물을 날려버리는가 하면 국가공공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통신의 전산망에까지 해커들이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정보보안 현실이다. 심지어는 PC뱅킹의 패스워드를 해독해서 예금을 인출해 간 사례도 있다.

이쯤에 이르면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 못지 않게 기존의 정보를 잘 지키는것이 더욱 절실하고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안시스템의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특히 개인 사용자의 입장이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보안 대책이 없는 인터넷 접속은 긍정적인 요인보다는 부정적인 요인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보안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감하는 현실이다. 일찍이선진국들은 네트워크 시스템의 개발과 함께 보안시스템의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병행함으로써 이미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고 이를 또한 지속적으로향상시켜 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 보안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터 새로이 해야하는 처지이다.

「내집의 대문을 잠그고 다니기는 커녕 알몸으로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한 보안전문가의 말에서 지금 우리의 보안 현실을짐작해 볼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많은 기업들이 방화벽(Fire Wall) 구축에 활발히나서고 있다지만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그것은 이들 보안시스템이 외산 일색이라는 점이다. 이는 마치 내집의 곳간을 이웃집의 자물쇠로 채우고 안전을 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물쇠를 만든 사람이 열쇠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것은 국가 전체의 안전과 경쟁력에 치명적인약점을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방화벽시스템의 개발은 단지 하나의 유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이상의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다. 국산 방화벽의 개발과 구축에 기업이나 관련 산업계 나아가 국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않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인력의 양성, 보안시스템의 국산화, 보안대책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공감대, 이 모든 것들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柳基範 大宇通信 사장>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