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07)

그는 창문 밖으로 머리를 들이밀더니 소리친다.

『여보시오, 여기 좀 보시오!』

즉시 군인들의 주의가 이쪽으로 쏠린다. 이상하게 생긴 녀석이 일본군 차속에 앉아 있다.

『이 사람들한테는 지금이 1941년이라는 것을 기억하시오.』채드위크가 고비에게 속삭인다.

소령이 차 가까이 다가오더니 고비를 슬쩍 보고는 온 얼굴에 은체인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남자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말씀 좀 물읍시다. 여기서 황궁엘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합니까?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그 신의 아들이 살고 있는 곳 말입니다. 같이 차를 한 잔마시기로 했거든요. 방향만 가리켜 주시죠. 왼쪽, 오른쪽, 아니면 똑바로 가야 하나요?』

길가에 서 있던 소령과 부관들의 술취한 얼굴이 일시에 하얘진다. 상황을파악하려는 듯 눈초리가 자못 심각하다.

『이.』

소령이 마침내 이를 갈면서 소리를 지른다. 손이 단숨에 칼집으로 가더니큰 반원을 그리며 칼을 꺼낸다. 번쩍이는 칼날이 채드위크의 팔을 교차하려는 순간 차의 헤드라이트에 반사된다. 팔꿈치나 손목쯤을 동강이 내려는 것같다.

『이얍!』

두 명의 대위도 소령 뒤에서 칼을 꺼내들고 다가온다. 한 사람은 차 문에손을 댄다.

이때 채드위크가 빅터에게 하는 말이 들린다.

『어쩌면 지금이 적당할 것 같지 않나, 빅터?』

빅터는 고개를 끄덕하더니 채널 바꾸는 리모컨을 꺼내 버튼을 누른다. 장교들의 이미지가 빠르게 바뀌기 시작한다. 뒤로 돌리니 일련의 스냅샷이 나타난다. 걸어가는 사무라이, 말탄 사무라이, 중, 여자, 어린아이, 강아지,고양이, 그리고는 마침내 날개를 퍼덕이는 까마귀의 모습이 나온다.

앞으로 돌리니, 소령은 기어다니는 애기부터 가방을 메고 교복을 입은 중학생, 검은 교복 차림의 대학생, 깔깔거리는 소녀, 지하철 속에 끼어 있는샐러리맨, 그리고는 마침내 땅에 떨어지는 벚꽃처럼 펄럭거리는 코믹 책 페이지 속의 주인공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이 단 몇 초 간격으로 고비의 눈앞에 지나간다.

『살아 있는 것 같은, 아니 죽은 그래픽이죠?』

다임러 차를 다시 길로 가져오며 채드위크는 엄숙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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