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투자전략 보완 급하다

국내 가전업체를 포함한 전자업체들이 해외생산의 현지화 내지 세계화를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우리의 강력한 경쟁상대인 일본과 대만업체들이 해외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생산체제의 해외 이전에 주력해온 일본의 대형 가전업체를 비롯한 주요 전자업체들이 최근들어 투자지역을 아시아로 집중하는 한편현지 생산체제를 재편하거나 지역을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단순한 생산체제의 재편이나 이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시장에서의가격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한 사업의 현지화 및 세계화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의 획기적 전환으로 보여 국내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자업체들의 해외투자가 말레이시아·중국 등 아시아 공업후발국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진출해 있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현지법인 1천62개 중 65%에 해당하는 6백90개가 말레이시아·중국·대만·태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고또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이 컬러TV·오디오기기 등 가전제품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시바·마쓰시타·히타치제작소를 비롯한 일본의 대형 가전및 전자업체들이 해외생산체제를 개편 또는 이전하거나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도시바는 싱가포르에서 연간 3백만대 생산해 오던 VCR를 올해 1백만대로 크게 줄이는 한편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의 생산을 60%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일본내 생산량을 절반 정도 줄이고 S-VHS기종을 내년부터 말레이시아로 이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히타치의 경우도 내년에 유럽시장용 VCR의 영국생산을 중단하고 이를 전량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또 보급형 VCR를 전량 해외에서 생산해 오던 미쓰비시는 고화질 모델인 S-VHS기종의 생산도 올해 안에 말레이시아로 이관하고 국내 생산은 전면중단한다는 것이다. 일본 가전업체가 VCR 국내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해외로이전하는 것은 미쓰비시가 처음으로 특히 관심을 모은다.

한편 마쓰시타전기는 미국·영국·말레이시아의 컬러TV 생산량을 20% 증가시킨 7백50만대 생산하는 한편 중국에서는 오는 6월부터 연간 10만대를 생산할 방침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와 베트남에서도 합작생산을 추진해 올해컬러TV 총생산 목표량을 1천만대로 잡고 있다.

이처럼 일본 가전업체들의 VCR 해외 생산구조는 일본·유럽·싱가포르와같이 고임금지역의 생산을 줄이고 중국·말레이시아·인도 등 임금이 낮은아시아 후발공업국의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이같은 일본 가전전자업체들의 움직임은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저임금」을 활용, 수익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전자업체들을 포함한 상장기업들의 지난 3월 마감 회계연도 경상이익이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세계시장 도처에서 일본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한국업체들의 지난 30년간 對인도네시아 투자액은 68억달러로 일본의 3백1억달러에 비해 뒤떨어져 있으나 일본을 급속히 추격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이 지역 컬러TV시장에서 일본 소니社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국내업체들도 일본업체들에 못지 않은 현지화와 세계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가전3사를 비롯한 국내 관련업체들은 해외투자 및 현지생산에서 역량 초과투자, 인력관리 및 자립체계 미흡, 현지 부품 조달능력의 취약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이나 우리 뒤를 쫓아오고 있는 대만과의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해외진출에서 노정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시급히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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