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표준화"흐름 관심갖자

우리나라 업체들이 초고집적 반도체.액정표시소자(LCD)등 21세기 전략산업의 국제표준화 추이에 대한 관심이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반도체.액정표시소자등 21세기에 각광받을 전략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단계에서부터 국제적인 흐름에서 뒤지지 않아야 한다.

선진업체들은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 어떤 제품이나 기술분야의 표준을 제정 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 서왔고 이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도 치열하다. 과거VCR에서 "베타"와 "VHS"간의 대결은 유명한 이야기이며 미국과 유럽이 일본 업체들이 이미 상품화에 성공한 "HDTV"의 방송방식및 수신시스템의 표준을 인정하지 않고 각각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표준화및 관련기술을 선점하는 데 따른 파급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거의 모든 산업이 그동안은 미국과 일본업체들의 뒤를 따라가며 이들이 개척해 놓은 시장을 가격과 물량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식으로발전해왔기 때문에 표준화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자산업은 미국과 일본의 기술을 받아들여 이들이 일구어 놓은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전형적인 방식을 취해왔다. 그나마도 대부분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범용분야에 치우쳐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말하는 반도체의 경우도 범용상품 성격의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을뿐 마이 크로프로세서를 비롯, 시스템을 이끌어가는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는 낙후됐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가전제품과 컴퓨터.부품등의 경우는 더말할것도 없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국내업체가 D램 메모리반도체 최대공급업체로 올라섬에따라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적인 표준을 주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된 데다 반도체에 이은 21세기 전략산업으로 꼽히고 있는 TFT-LCD의 경우도 일본과 큰 격차없이 경쟁을 벌일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나 비교적 기술력이 갖춰져 있다는 반도체나 LCD의 경우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연구력은 대부분 소자위주의 개발에 집중돼 있을뿐 국제 표준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노력은 극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2백56MD램 이상 초고집적 반도체와 TFT-LCD 생산의 핵심인 장비 및 재료의 경우 표준화를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 국내에서는 이같은 국제적인 추세에 거의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일본에서 열린 차세대 실리콘 웨이퍼 표준확립을 위한 국제적인 모임이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용 대구경 웨이퍼의 표준을 일단 "구경은 3백밀리로 하자"는데 컨센서스가 모아졌고 웨이퍼의 두께나 기준점 표시방법등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내년에 세부적으로 논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감스럽게도 국내에서는 삼성.금성.현대등 반도체생산업체 관계자와 반도체 관련단체에서 일부만이 참석했을뿐 당장 표준이 결정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게될 국내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와 장비업체들의 참석은 전무했다고 한다.

세계적인반도체장비및 재료업체들은 이미 70년대부터 생산및 연구개발비의 절감과 시장확대를 위해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 등을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표준화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국도 정부차원 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각사 또는 프로젝트팀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머무르고 있을 뿐 관련 산업계차원의 표준화기구가 없어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고사하고 세계적인 표준화 흐름을 파악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 다. 지난해에는 반도체및 LCD 관련장비와 재료의 세계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세계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한국지사가 표준화작업에 동참키 위해 국내에 관련 표준화분과를 결성하려 했으나 업계의 냉담한 반응으로 무산되기까지 했다.

FPD(Flat Panel Di-splay)나 3백밀리 웨이퍼등 신기술들의 경우 세계적인 표준화 진전상황을 추적, 각사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을 진행하는 것과 세계적 인 개발흐름을 막연하게 인식하며 개발하는 것과의 사이에는 결과에서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세계적인 업체들에 비해 국내업체들은 기술력이나 재력, 국제적인 활동경험 등 모든 분야에서 일천하지만 지금과 같은 소극적인 태도로는 결코 경쟁국과 의 싸움에서 앞서 나갈수 없으며 나아가서는 산업자체도 세계적인 발전방향 을 모르는 미아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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