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처럼 일 안 하겠습니다”…야근에 지친 청년들, 명나라 황제 도포에 열광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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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과도한 업무와 장시간 근무에 지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명나라 가정제의 복장을 본뜬 도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SCMP
中서 명나라 가정에 복장 본뜬 도포 인기
장시간 근무·성과 압박 거부 움직임 확산

중국에서 과도한 업무와 장시간 근무에 지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명나라 가정제의 복장을 본뜬 도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황제처럼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며 불필요한 업무와 과도한 성과 압박에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패션 트렌드로 이어진 것이다.

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사극에서 가정제는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국정에 소홀한 황제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신하들과 직접 회의를 여는 대신 벽 뒤에서 대화를 엿듣고, 청동 종을 울려 승인 의사를 나타내거나 침묵을 지키며 신하들의 반응을 살피는 인물이다.

실제 역사 속 가정제도 즉위 초기에는 국경 방어를 강화하고 관료 체계를 정비하는 등 국정 운영에 힘썼다. 그러나 말년에는 도교의 불로장생술과 자신이 아끼는 고양이에 몰두했다.

그는 20년 넘게 조정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제사를 지내거나 태운 종이에서 나온 연기,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쪽지 등을 통해 신하들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황제가 국정에서 멀어지자 권력 공백은 부패한 관료들의 몫이 됐다. 가정제는 60세에 사망했으며, 수은이 함유된 불로장생 약을 복용한 뒤 중독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백 년이 지난 현재 가정제는 과도한 노동과 성과주의에 반감을 가진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상징으로 떠올랐다.

한 누리꾼은 현대 직장인들이 끊임없이 울리는 메신저 알림과 이메일에 시달리는 동안 가정제는 명상과 불로장생 약 제조에 몰두하면서도 제국을 통치했다고 풍자했다. 일부 역사 애호가들은 그를 '인류 최초이자 가장 급진적인 원격근무와 수평적 조직관리의 선구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장시간 근무와 잦은 야근이 보편화하면서 젊은 직장인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이에 과도한 노동을 거부하고 업무에 최소한의 에너지만 투입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가정제의 복장을 재현한 도포와 담요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은 160~168위안(약 3만~3만2000원) 수준이다. 한 구매자는 “현실에서 황제가 될 수 없다면 옷이라도 황제처럼 입겠다”고 했다. 또 다른 구매자는 “도포를 입으면 사무실의 불필요한 소란에 신경 쓰지 않게 된다”며 “황제는 환관들과 말다툼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넉넉한 품의 명나라식 도포는 심리적 위안뿐 아니라 실용성 측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훙수에는 도포를 걸친 채 의자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직장인들의 사진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넓은 옷자락으로 식사 후 불룩해진 배를 가리거나 사무실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막는 데 활용하는 모습이다.

도포에는 도교의 무위(無爲) 사상도 투영돼 있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긴다는 의미로,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지 않겠다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한 직장인은 “쓸데없는 과로와 불안에 휘둘리지 않도록 일깨워주는 옷”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상사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며 “월급이 5000위안이라면 5만위안어치의 성과를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고강도 야근과 끊임없는 실적 압박에 맞서 중국 청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극적인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위(摸鱼)'다. 근무 시간에 화장실에 오래 머물거나 웹소설을 읽고 온라인 쇼핑을 하는 등 업무 외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며 일의 강도를 낮추는 행위를 뜻한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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