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보호, 보험 안전망도 중요하다

연이어 터진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인공지능(AI) 해킹 공격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보기술(IT)기업, 통신사, 유통 대기업은 물론 최근엔 OTT와 금융권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이 사이버공격 표적이 됐다.

하지만 거듭되는 침해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방하고 사후 피해 배상이나 기업 복구를 뒷받침할 보험시스템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조차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라 한다.

관련 전문가 추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이버보험 연간 시장 규모는 600억~650억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해외 주요국과 견주면 참담한 지경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약 1.3배 많은 프랑스(약 6908만명)는 연간 사이버보험 원수보험료가 3억600만유로(약 4896억원)로 한국의 8배에 달한다. 인구가 한국의 6.8배 수준인 미국은 연간 사이버보험 시장 규모가 94억6000만달러(약 13조2440억원)로 200배를 웃돈다.

발생 빈도나 피해 규모 면에서 사이버 위협의 안전지대가 아닌 한국이 이처럼 터무니없이 약한 보험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기업이 정보 유출에 따른 리스크를 굳이 비용을 들여 보험으로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할 만큼 경각심이 낮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주요 손해보험 5개사 사이버종합보험 보유 계약이 수백 건에 불과하고, 대다수 기업이 의무보험 법적 최저한도인 10억원으로 형식적 가입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더라도 기업 배상 책임 한도가 10억원에 묶여 있다는 것은, 피해를 본 국민을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기형적 구조의 근본 원인은 솜방망이 처벌과 미흡한 배상 제도, 그리고 기업 경영진의 안일한 정서에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엄격히 안착해 정보 유출 시 기업의 존폐가 흔들릴 정도의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지우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는 배상 규모가 턱없이 작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사이버 안전망 구축을 필수적인 위험 관리 투자로 보지 않고 불필요한 비용으로 취급하며 법적 최소 기준만 채우는 형국이다.

개인정보의 안전한 수집과 활용, 철저한 관리가 디지털경제의 핵심 가치로 떠오른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보험 안전망에 대해서도 기업계의 깊은 책임감과 자발적 노력이 절실하다.

도로 위의 무보험 차량을 줄여나가듯, 사이버 공간에서도 무방비 상태의 기업을 줄이고 촘촘한 보험 안전망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정보보호의 완성은 철저한 보안 벽을 쌓는 것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회와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 튼튼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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