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비구름 200㎞ 더 북상...'폭우·폭염 함께 올 수 있다'

Photo Image
연구이미지 (AI 생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배충식) 연구 결과, 동아시아 여름 전선이 북상하면서 한반도에서 비와 무더위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늦여름에는 최근 전선 평균 위치가 과거 20년보다 약 213㎞ 북쪽에 형성됐다.

KAIST는 김형준 AI미래학과 교수(KAIST 기후-환경-에너지연구소 소장)팀이 아태기후센터(원장 하경자)의 문수연 박사·김옥연 박사와 공동연구로, 1979년부터 2025년까지 47년간의 고해상도 기후 재분석자료를 분석해 동아시아 여름 전선의 장기적인 북상 추세와 이에 따른 복합재해 위험 증가를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서로 다른 성질의 공기가 만나 생기는 경계인 '전선'은 동아시아 여름철 비의 약 40%를 만들어내며, 6·9월에는 그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매년 여름 겪는 장마전선도 이에 속한다. 2024년 여름, 군산에 시간당 131.7㎜ 물폭탄이 쏟아지고 수도권에 이틀간 6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동시에 역대급 폭염까지 기승을 부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연구팀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고해상도(약 25㎞) 기후 재분석자료(ERA5)에 전선 자동 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47년간 6시간 간격으로 동아시아 여름 전선의 위치를 추적했다.

Photo Image
동아시아 여름 전선 위치의 계절 변화와 장기 북상

연구팀은 일기도의 전선 위치와 비교함으로써 검증한 결과, 근 20년(2006~2025년)의 여름 전선은 과거 20년(1979~1998년)보다 여름 내내 더 북쪽에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마 절정기(6월 25일~7월 15일)에는 평균 약 146㎞, 늦여름(9월 10~30일)에는 무려 약 213㎞나 북상했다.

비구름이 위로 올라오면서 비와 더위의 지도도 바뀌었다. 장마철 비구름이 북상하면 한반도를 비롯한 북쪽엔 비가 늘고, 남쪽은 체감 더위가 심해졌다. 특히 늦여름엔 그 영향이 더 커져, 전선이 북상한 해에는 한반도에 비가 쏟아지는 동시에 체감 더위도 0.4도 이상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까지 고려한 체감 더위 지표(습구흑구온도, WBGT)가 높아졌다는 것은 땀이 잘 마르지 않아 느끼는 불쾌감과 열사병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특히 늦여름 전선이 북쪽에 위치한 해에는 평년 수준 이상의 강수와 더위가 같은 날 함께 나타나는 날이 전선이 남쪽에 머문 해보다 약 8~19배 많았다. 장기 추세를 제거한 뒤에도 약 3~9배로 유의미하게 높아, 이 현상이 단순히 강수와 기온이 각각 증가한 결과만은 아님을 보여줬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선의 '세기'뿐 아니라 '위치'가 바뀌고 있으며, 그 결과 같은 여름이라도 비와 더위가 찾아오는 장소와 시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9월은 그동안 여름철 재해 대비의 사각지대였던 만큼, 늦여름 폭우와 폭염을 하나의 복합 위험으로 묶어 관리하는 포괄적인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pj 기후·대기과학'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