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마케터가 준비해야 할 것

소비자가 검색창 대신 챗GPT나 클로드에 묻기 시작했다. 최근 에이아이빅스랩(AIBIX lab)이 뷰티·패션 16개 카테고리 458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4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답변을 측정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AI가 답변에 붙인 인용 가운데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공식 사이트의 비중은 대부분 한 자릿 수였다. 가장 많이 인용된 것은 개인 블로그였다. 브랜드가 큰돈과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홈페이지와 브랜드 영상을 AI는 거의 읽지 않았다.

결국 AI는 브랜드의 자기 주장보다 브랜드 밖에서 쌓인 설명을 신뢰한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브랜드 노출은 매체 구매력이 아니라 '축적된 신뢰의 양'으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하던 대로 해서는 안 된다. 세 가지가 달라졌다.

첫째, 성적표가 하나가 아니라 넷이다. 같은 질문을 4개 AI에 던졌더니 16개 카테고리 가운데 13개에서 1위 브랜드가 서로 달랐다. 어떤 브랜드는 한 AI에서 77점을 받고 다른 AI에서는 0점대였다. 어느 AI에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노출과 '첫 언급'은 다른 경쟁이다. 패션 193개 브랜드 가운데 109개는 AI 답변의 맨 앞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소비자가 읽는 것은 목록 전체가 아니라 첫 줄이다. 목록에 드는 일과 맨 앞에 서는 일은 따로 관리해야 한다.

셋째, 메시지 단위가 브랜드에서 질문으로 바뀐다.소비자는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자기 상황을 묻는다. 홍보 기획서도 '올해의 핵심 메시지' 보다 '소비자가 실제로 던지는 질문'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솔직히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AI 답변이 실제 구매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는 충분히 측정되지 않았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계속 업데이트 되고 오늘 최적화가 다음 버전에서도 통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뒤처졌을 때 치르는 대가는 크다. 포털 시대에는 순위가 밀려도 검색 결과 두세 번째 페이지에는 남아 있었고 집요한 소비자는 결국 그 브랜드를 찾아냈다. AI는 다르다. 수십 개 선택지를 서너 개로 줄여서 건넨다. GEO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단순히 검색 순위가 밀리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고려 대상 집단 자체에서 브랜드가 완전히 사라지는 위기를 초래한다. 검색되지 않는 브랜드는 불편할 뿐이지만 답변에 불리지 않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아예 없는 브랜드다.

그렇다면 무엇을 쌓아야 하는가. 세 가지를 권하고 싶다.

하나, 보도자료부터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이다. 지금까지 보도자료는 기자 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문서였다. 이제는 기자와 기계가 함께 읽는다. 핵심 사실을 맨 앞에 두고 모든 숫자에 단위와 기준 시점을 붙이고 제품명과 브랜드명 표기를 하나로 통일하는 기본이 그대로 AI 가독성이 된다.

둘, 제3자 미디어 콘텐츠를 끊기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AI가 읽은 것의 대부분이 브랜드 밖에서 쓰인 글이었다면 답은 분명하다. 기사와 리뷰, 비교 콘텐츠, 전문가 인터뷰처럼 브랜드가 소유하지 않은 자리에 설명이 쌓여야 한다.

셋, 상시 모니터링이다. LLM은 계속 업데이트된다. 지난달 잘 나오던 브랜드가 이번 달에 사라질 수 있다. 신문 스크랩과 온라인 모니터링을 매일 해왔듯 주요 AI에 자사 브랜드가 어떤 순서로 불리는지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금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무기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하던 일을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다시 정리하고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회석 피알런 대표 seok@prr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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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석 피알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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