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출연연 AX, 시스템보다 연구자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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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부 이인희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에도 인공지능 전환(AX) 바람이 거세다. 생성형 AI 활용과 연구데이터 통합, 행정 자동화가 새로운 혁신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관마다 연구·행정 전반에 AI를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방대한 연구자료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면 AI는 분명 유용한 도구다. 연구자가 행정이 아닌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길 일이다. 축적된 연구성과와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거나, 과거 연구결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다만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혁신의 성과가 돼서는 곤란하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시스템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정작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하는지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는 업무 효율화를 앞세워 도입한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서는 편의성이 떨어지거나 기존 시스템과 중복돼 외면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더욱이 연구기관의 AX는 일반 기업보다 더 까다롭다. 연구데이터에는 국가 핵심기술과 미공개 성과, 민감한 국제공동연구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고 누가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칙부터 명확해야 한다. 연구자가 수십 년간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어떻게 데이터화하고 공유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체감이다. 보고서 작성 시간이 줄고, 과거 연구결과를 더 빨리 찾고, 중복 연구를 줄이는 데 실제 도움이 돼야 한다. 연구자에게 또 하나의 입력 항목과 시스템 사용법만 늘어난다면 AX는 혁신이 아니라 새로운 행정 부담이 될 뿐이다.

AI를 도입한 기관이 앞선 기관은 아니다. AI 덕분에 연구자가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기관이 진짜 앞선 기관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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