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햇빛이 지속가능한 주민소득이 되려면

Photo Image
정석희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햇빛소득마을의 가장 큰 의미는 단순히 태양광 발전설비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가치와 개발이익을 주민도 함께 소유하고 공유하는 구조로 바꾼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전문 개발사업자와 외부 자본이 발전사업을 개발하고 장기간의 발전수익도 주로 사업자에게 귀속되는 반면, 시설 입지에 따른 경관·토지이용 변화와 지역사회 갈등은 주민이 함께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업자가 투자위험을 부담한 만큼 수익을 얻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역주민이 사업의 경제적 편익과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구조는 주민수용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의 핵심은 주민에게 돈을 주어 반대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보상에서 공동소유와 이익공유로 전환하는 것이다. 주민이 협동조합 등을 통해 발전사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자가 되고, 그 수익을 주민배당이나 교통·돌봄·복지 등 지역공동체에 활용한다면 에너지전환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추구할 수 있다.

다만 햇빛소득마을이 농촌소멸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일자리·교육·의료 등의 문제를 태양광 하나로 해결할 수는 없으며, 지역경제를 보완하는 장기적인 공동체 자산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러한 사업이 주민에게 안정적인 소득으로 이어지려면, 전력계통과 사업 수익성 측면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태양광 자원이 아니라 전력계통이다. 전남광주에서 태양광의 희소자원은 이제 햇빛이 아니라 계통이라고 생각한다.

태양광 패널이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그 전기를 실제 전력망에 보내 판매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계통접속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접속 이후에도 송전망 혼잡 때문에 출력제어가 반복된다면 발전량이 아무리 많아도 안정적인 주민소득으로 이어질 수 없다.

정부의 2026년 햇빛소득마을 1차 선정에서도 86곳 가운데 바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은 9곳이었으며, 77곳은 부지·자금계획·계통연계 등의 보완이 필요한 조건부 선정이었다. 햇빛이 있다고 햇빛소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생산한 전기를 언제, 어디로, 얼마만큼 팔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투자자의 자기책임도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은 투자사업이므로 계통접속 가능성과 출력제어 위험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투자한 뒤 발생한 손실을 모두 정부나 한전에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시에 정부 역시 책임이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발전설비 보급을 빠르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송전망과 계통 수용능력을 충분히 함께 고려하지 못했다. 산업부도 과거 정책을 평가하면서 '선(先) 입지선정, 후(後) 계통연계'와 1메가와트(㎿) 이하 무제한접속에 따른 접속지연과 계통부담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앞으로는 '발전소 먼저, 계통은 나중'이 아니라 '그리드 퍼스트(Grid First)', 즉 계통을 먼저 확인하고 발전소를 개발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또 사업성은 발전소의 매출이 아니라 대출 원리금, 유지관리비, 토지비, 세금, 설비교체비와 출력제어 손실 등을 모두 제외한 뒤 주민에게 실제 얼마의 순수익이 남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주민이 사업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고 수익을 공정하게 나눌 수 있도록 정부와 전남광주 지자체가 우선 마련해야 할 정책·제도는 무엇일까.

첫째, 주민참여를 단순한 현금 보상에서 실질적인 소유와 의사결정 참여로 발전시켜야 한다. 주민이 일정한 경제적 편익만 받는 것과 발전자산의 투자자 또는 공동소유자가 되어 장기간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모델이다.

둘째, 주민을 위한 독립적인 기술·법률·금융자문 체계가 필요하다. 고령 주민이 많은 농어촌에서 개발회사나 시공업체가 제시하는 사업성 분석만을 근거로 수십 년짜리 발전사업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된다. 계통접속, 발전량, 금융비용과 실제 순수익을 주민의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검증해주는 기관이 필요하다.

셋째, 수익배분과 의사결정 기준을 사전에 투명하게 정해야 한다. 토지를 제공한 주민, 출자한 주민, 발전소 인근 주민, 일반 마을주민의 이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토지임대료와 투자수익, 공동체 배당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회계자료도 공개해야 한다.

넷째, 정부의 성과지표도 바뀌어야 한다. 햇빛소득마을을 몇 곳 선정했는가보다 실제 상업운전율, 계통접속기간, 출력제어율, 부채상환 후 주민 순소득, 주민참여율과 공동기금 사용의 투명성을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필자는 햇빛소득마을의 정책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목표는 태양광 패널을 많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실제로 소유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계통과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자산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세 가지를 물어야 한다. 전기를 제대로 팔 수 있는가, 빚을 갚고도 이익이 남는가, 그 자산과 의사결정권을 주민이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는가. 이 세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햇빛이 지속 가능한 주민소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석희 전남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장) sokheejung@gmail.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