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또다시 거센 유동성 폭풍에 휘말렸다. 15일 장 초반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반 급락하며 양 시장 모두에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불어닥친 탓이다.
문제는 악재가 터질 때마다 되풀이되는 우리 증시의 유독 취약한 변동성이다. 이번 급락은 분명 미국 물가 충격에서 비롯됐지만, 정작 원인을 제공한 뉴욕증시의 낙폭에 비해 한국 증시가 받은 타격은 터무니없이 컸다.
미국 시장보다 3~4배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하며 무너져 내린 것은 합리적 분석에 기초한 투자라기 보다 극단적인 불안감이 만든 패닉셀(공포 매도)에 가깝다. 이날 '검은 목요일' 역시 다른 나라 시장과는 결이 다른 시장 심리의 과열과 붕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며칠 전 중국 창신메모리(CXMT) 여파가 시장을 흔들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글로벌 악재나 주변국의 변수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증시는 우리 기업들이 가진 본원적 기술력과 실적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 과도하게 동요하는 경향을 드러내 왔다.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의 잠재력이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시장 심리가 일시적 외풍에 흔들리며 주가를 기업의 실제 가치 아래로 거칠게 밀어 내리는 현상이 반복을 넘어 고착화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날 급락으로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수준까지 밀렸다. 지수의 후퇴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이 산업 현장에서 보여주는 진짜 실력과 경쟁력이다. 주가는 단기적으로 바람과 기분에 따라 출렁일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 궤적을 결정짓는 것은 실적과 혁신 역량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우리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첨단 산업체들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는 연구개발(R&D)과 기술 격차 확보로 난관을 돌파해 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일시적 혼란에 동요하기보다 우리 산업의 단단한 뼈대를 직시하는 침착함이다.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천수답식 투자를 털어내고, 체질 개선과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금융 당국 역시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할 제도적 장치를 점검하고 기업들이 혁신에 매진할 환경을 높여가야 한다. 어떤 난관도 기술 혁신과 선도격차 확보로 뚫어온 우리 기업을 믿고, 변동성에 휩쓸리는 투자를 오히려 털어내는 기회로 삼자. 반드시 K-증시는 이런 우리 기업의 우수성과 성장잠재력을 입증하는 숫자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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