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5% 넘게 밀렸던 코스피가 15일 다시 8%대 하락률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저 10% 안팎의 급락세를 나타냈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작동했다.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보유 주식을 정리할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6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21% 하락한 5515.23을 나타냈다. 지수가 단숨에 5500선까지 후퇴하면서 6000선을 의미하는 이른바 '6천피' 유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 주가는 10.13% 떨어진 20만8500원, SK하이닉스는 11.28% 하락한 125만9000원에 거래됐다.
코스피가 7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가자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주식시장에 수억원을 투자한 40대 자영업자 안모씨는 올해 한때 3억원을 웃도는 수익을 거뒀지만, 최근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투자 성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안씨는 “두 달 전 주식을 팔려고 했지만 당시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자료 대부분이 매수 의견을 제시했고 목표주가도 높아져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며 “결과적으로 증권사에 대한 원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3일 동안 하루에 수천만원씩 손실이 발생했다”며 “손해가 너무 커져 지금은 매도하기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경남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김모씨도 반도체 종목 투자로 1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그는 “운동 모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을 추천받아 투자를 시작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급락으로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주식을 처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판단에 어려움을 나타냈다.
은행에서 개인 대출을 받아 국내 반도체주에 투자한 20대 직장인 오모씨는 “업무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라며 “주가가 실시간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괴롭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증권사 전망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한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른 종목보다 잘 견뎌낼 것으로 생각했다”며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황을 낙관하는 분석을 잇달아 내놨는데 주가가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시장 안정 대책을 요구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다른 투자자는 “증시가 이처럼 흔들리는데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느냐”며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투입 가능성이라도 알려 시장 불안을 진정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증안펀드는 주식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때 정부와 금융회사 등이 공동으로 조성한 자금을 활용해 주식을 매입하는 제도다. 주가 하락을 직접 차단하는 장치는 아니지만 시장에 매수 자금을 공급해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고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날 낮 12시23분에는 코스닥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66.00포인트(8.01%) 떨어진 757.88을 기록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약 15분 후에는 코스피에도 동일한 조치가 내려졌다. 당시 코스피는 전날보다 480.76포인트(8.00%) 하락한 5528.05였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코스피 또는 코스닥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보다 8% 이상 낮은 수준을 1분 동안 유지하면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다. 조치가 시행되면 20분간 주식 거래가 중단되며, 주문 취소를 위한 호가를 제외한 신규 호가 접수도 제한된다. 거래 재개 후에는 10분 동안 단일가 매매 방식이 적용된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쪽에서 같은 날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7월 29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이날 장 초반에는 두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도 차례로 발동되면서 국내 증시에 강한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