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총 3000억원에 육박하는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시도새올) 구축·운용사업에서 상용 소프트웨어(SW) 구매를 분리발주하기로 확정했다고 한다. 사업 금액이나 파급력 면에서 올해 최대 공공 정보화 사업으로 꼽히는 시도새올 프로젝트에서 예산비중 28% 가량을 차지하는 800억원대 규모 상용 SW 구매를 별도 사업으로 떼어내 이번 4분기 내 발주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대형 공공 사업에서 명목상 원칙에 그치거나 관행적인 예외 규정 적용 뒤로 밀려났던 상용 SW 분리발주 제도를 정부가 앞장서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SW업계와 함께 적극 환영할 일이다.
무엇보다 대형 IT서비스 사업자의 독단이나 발주 공직자의 보신주의적 책임 회피 문제를 떠나, 발주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선제적으로 분리 구매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나섰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현행 법령상 일정 요건을 갖춘 상용 SW는 분리발주가 원칙임에도, 현실에서는 시스템 통합의 어려움이나 호환성 확보라는 편의적 예외 사유에 가려지기 일쑤였다.
이로 인해 공공 시장은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주도하는 통합발주 구도 속에서 안정성만을 무기로 한 외산 SW 위주로 프로젝트 전체가 편제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주 발주 부처가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직접 제품별 제안 내용을 비교·평가해 구매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것은 공공 정보화 시장의 체질 개선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인 분리발주 본보기를 연다면, 향후 다른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공공기관의 상용 SW 구매 방식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 자명하다. 사업 수행 과정에서 수반될 수밖에 없는 구축 사업자와 SW 공급사 간의 제품 호환성 및 통합 조율, 장애 발생 시의 책임 소재 정리 등 산적한 과제들도 매끄럽게 정비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적 전환은 결코 무조건적인 외산 SW 배척이나 기술적 함량이 미달하는 국산 SW의 무분별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제안과 엄격한 평가 절차를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국산 SW가 다양한 실전 환경에서 적용 안정성을 입증받을 수 있도록 기회의 판을 깔아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인공지능(AI) 풍화 앞에 놓인 우리 SW업계 스스로가 이번 정부 분리발주 결정을 계기로 더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혁신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나아가 정부 및 공공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역할과 존재감을 당당히 넓혀가야 할 것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