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스토리]글로벌 수수료 장벽을 허무는 핀테크

Photo Image
정유신 넥스체인지 대표 겸 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의장

해외송금 비용은 국내 계좌이체에 비해 훨씬 높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소액 해외송금의 평균 비용(2025년 3분기 기준)은 무려 송금액의 6.36%다. 이는 송금 수수료뿐 아니라 중개 은행 및 환전 수수료, 현지 수취 비용 등 여러 단계의 비용이 붙기 때문이다. 세계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도 국경 간 결제가 국내 결제보다 고비용에다, 느리고 투명성도 낮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3~4년간 크로스보더 핀테크들이 등장하면서, 해외송금의 고비용·비효율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단순히 수수료 인하뿐 아니라, 각국의 현지 결제망 연결, 다중통화 계좌와 환전, 지급·수취, 기업 자금관리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쥬니퍼 리서치에 의하면 크로스보더 핀테크들의 개인 해외 송금액은 2025년 기준 4280억 달러(575조원, 추정)로 개인 해외 송금액 전체의 47%다. 지난 3년간(2023~2025년) 연평균 성장률은 9.8%로, 개인 해외 송금액 전체의 성장률 3.2%를 3배가량 웃돈다. 이는 은행과 현금 송금업체 같은 전통적 채널이 매년 마이너스 2~3%씩 줄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기업 해외송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와이즈, 에어월렉스, 페이오니아 등 주요 크로스보더 핀테크의 경우 연평균 성장률이 30~40%일 정도로 급성장세다.

크로스보더 핀테크 활용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 첫째, 은행보다 수수료가 훨씬 적고 책정 기준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은행의 해외송금은 송금 수수료뿐 아니라 환율 스프레드, 중개 은행 및 수취 은행 수수료 등 여러 단계에서 비용이 추가되는 데다, 그 기준을 미리 알기도 어렵다. 반면 크로스보더 핀테크는 적용 환율과 수수료, 최종 수취 금액을 거래 전에 보여주고 현지 결제망을 활용해 중개 단계도 줄여준다. 그만큼 투명하고 수수료 부담도 줄여줘서, 이용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둘째, 속도와 이용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기 때문이다. 은행 해외송금은 여러 환거래은행을 거치기 때문에, 5~6일 걸리는 게 태반이지만, 핀테크는 모바일 앱과 API, 자동화된 환전, 현지 계좌와 실시간 결제망을 통합해서, 수초·수분 내, 늦어도 당일 송금이다. 이용자에게 송금 과정이 간단하고 도착시간까지 확인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가 훨씬 매력적임은 물론이다. 셋째, 중대형 핀테크의 경우긴 하지만. 서비스 범위가 개인 송금에서 기업의 글로벌 자금관리까지 확대된 점도 한 요인이다. 기업의 해외송금을 한 건씩 처리하던 과거와 달리, 이젠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외송금 및 여러 통화를 보유·환전, 지급하며 법인카드와 비용관리까지 처리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SaaS, 글로벌 중소기업의 거래가 늘면서 크로스보더 핀테크가 단순 송금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단 평가다.

이외에 규제와 시장 구조 변화로 비은행 사업자의 진입이 확대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해외송금과 외환업무는 은행 중심이었지만, 각국이 소액 해외송금업과 지급결제업을 개방하면서 핀테크가 은행과 경쟁하거나 은행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럼 이들이 시장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우선 수수료와 환율 스프레드가 본격 경쟁 대상이 되면서 은행에 대한 수수료와 속도 개선 압력이 커지고 있다. 또한 이제까지 별도 송금 서비스로 취급되던 해외송금이 금융·플랫폼 서비스 안에 내장되는 임베디드 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은행이나 플랫폼이 자체 글로벌 결제망을 구축하기보다 핀테크의 API와 결제 인프라를 활용한단 얘기여서, 은행과 핀테크 관계도 경쟁뿐 아니라 상생·협력으로도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한패스, 센트비, 모인(MOIN) 등이 개인 해외송금에서 출발해 글로벌 지급·정산과 기업송금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패스는 해외송금 외에 해외 현지 가맹점에서의 지급결제와 ATM을 통한 현지 통화 인출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센트비는 기업용 글로벌 결제와 정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모인은 기업송금과 B2B 금융 API를 통해 금융회사와 플랫폼 안에 해외송금 기능을 내장하는 임베디드 크로스보더 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 역시 단순히 해외로 돈을 싸게 보내는 서비스에서 글로벌 인프라 사업자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글로벌 크로스보더 핀테크의 급성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관련 핀테크 업계의 분발과 함께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국내 핀테크의 해외 라이선스 취득과 현지 결제망 연결, 외환·전자금융·자금세탁방지 규제를 글로벌 사업모델에 맞게 정비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매출, 다중 통화의 보유·환전·지급 등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국가와 통화, 금융기관과 기업을 하나의 효율적인 결제 네트워크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유신 넥스체인지 대표 겸 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의장

넥스체인지 대표 겸 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의장 정유신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